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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 맞은 편에 위치한 B 편의점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B 편의점은 오전 8시께 점주가 출근해 문을 열고 있다. 지난 달부터 야간에 쓰던 아르바이트를 없애고 야간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16.4%(시급 6470원→7530원) 올랐다. B 편의점 점주는 “야간에 알바를 쓰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두 편의점은 청사와 가까워 이른바 ‘공무원 단골 편의점’으로 목이 좋은 곳으로 알려졌던 곳이다.
2. 공무원들의 단골 음식점은 직격탄을 맞았다. 세종시 도담동에 위치한 중식당 C 반점은 최근에 주방 직원 3명을 줄였다. 매월 1인당 200만~300만원대 인건비를 주는 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30여명의 종업원 중에서 설거지, 서빙 등을 하는 종업원은 최저임금 상승률에 맞춰 인건비를 올려줘야 했다. C 반점 사장은 은행에 1억5000만원의 빚을 진 상태다. 그는 “최저임금까지 올라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한숨 “최저임금 올라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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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까지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보다 1.9% 올랐다. 2012년(2.2%)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식당 원재료인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보다 5.5% 올랐다. 오징어는 49.9%, 달걀은 43.7%나 급등했다. 경유(8.6%), 휘발유(6.4%)도 뛰었다. 세종시 물가지수는 2.0%로 전국 평균치보다 높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종에 사는 공무원들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특히나 경제부처가 민감하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최근에 한 음식점을 가보니 종업원 대신에 주문·결제하는 기계를 놓았더라”라며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구인구직·아르바이트 포털인 알바천국이 지난달 전국의 자영업 및 중소기업 고용주 1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43.4%가 “올해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응답자 11%는 “가족 경영이나 1인 운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아르바이트생 대신 이미 무인기계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41%에 달했다.
이데일리가 기재부 국·실장 이상의 고위공무원(정원 41명)을 대상으로 ‘2018년 한국경제의 1순위 리스크’를 물은 결과, 청년실업 등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올해 성장률이 오르더라도 일자리가 함께 느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자리 늘리는 게 제일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이데일리 1월2일자 <"올해 최대 리스크 청년실업"..기재부 긴급 설문>)
◇200조원대 역대 최대 세수..“나랏돈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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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까지 국세 수입은 전년보다 21조2000억원이나 증가한 236조9000억원에 달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작년 국세 수입이 269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망치보다 27조원 초과한 세수다. 20조원 이상의 추경이 가능한 수준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일자리 추경으로 11조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지금 상황에서는 전혀 (추경을) 검토나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해 예산, 경제정책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됐다”며 “추경은 너무 성급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