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제 녹취록''의 주인공인 조순제의 장남 조용래 씨
''또 하나의 가족'' 책 출간..또 다른 책도 준비 중
"어머니 김경옥 장기간 박근혜의 건강 관리를 도왔다" 주장
| 조용래 씨.(사진=모던아카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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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불의한 시대, 불의한 일로 부역을 한 것이나 다름없죠. 아버지 조순제가 임선이에 이어 최순실로 이어지는 필연적 몰락을, 이미 10년 전 예언한 것 같아요.”
‘또 하나의 가족’ 저자 조용래(49) 씨의 말투는 ‘임선이’를 언급할 때 단호했다. 자신의 의지가 정의롭다는 확신마저 느끼게 했다. 조 씨는 “사실 관계를 기초로, 최태민·임선이·최순실·최순덕 등 바로 가장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를 1930년대부터 2007년부터 써내렸다”며 “이들의 부정부패에 대해 가족 중의 한 명이자 어찌 보면 부역한 것이었던 내가 역사에 자료를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조용래 씨는 최태민의 의붓아들인 조순제의 장남으로, 최순실의 의붓조카다. 최태민은 조순제의 어머니 임선이와 재혼했고, 둘 사이에서 최순실 등 3자매가 태어났다. 조 씨는 지난해 말부터 몇 차례 이데일리와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태민뿐 아니라 아내 임선이, 딸 최순실로 이어지는 일종의 동반자였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최태민 일가 몸통은 임선이였다” 최순실 조카 입 열다 2017년 1월5일 기사) 조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기 직전 아버지 조순제와, 장기간 박근혜의 개인 생활과 건강 관리를 도왔던 어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최태민·임선이·최순실·박근혜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조 씨는 또 다른 책도 준비 중이다.
조 씨가 가족의 역사를 최태민의 다섯번째 아내이자 최순실의 어머니인 임선이를 통해 조명하면서 ‘임선이 일대기’를 책의 가제를 잡았다. 조 씨는 “박근혜와 최순실은 경제공동체 넘어 사실상 한가족이다. 정계 입문 선거 자금도 임선이가 댄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조순제가 정윤회와 최순실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 1990년대 초 한자리에 모인 임선이의 자녀, 사위, 며느리. 왼쪽부터 최순득 남편 장석칠, 최순득, 김경옥, 조순제, 정윤회, 최순실, 최순천이다.(사진=조용래 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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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2016년 11월 홍콩에서 국내 종합편성채널의 한 프로그램을 보다 아버지 조순제의 육성을 들었다”면서 “프로그램에 나온 패널들은 아버지가 녹취록을 남긴 동기에 대해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보고 내가 아는 진실을 드러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책의 집필 동기를 밝혔다. 당시 “19금에 해당되는 얘기” “박근혜 좋아하는 사람 밥도 못 먹게 될 것” 등 가십만이 화제에 올랐다. 결국 홍콩 금융회사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를 하던 그는, 휴직을 하고 귀국해 곧바로 집필에 돌입했다.
조 씨는 “아버지는 2007년 7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검증 청문회 당시 조순제를 아느냐고 질문을 받은 박근혜 후보가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면서 “대한 구국선교단, 대한구국봉사단을 비롯해 최태민과 박근혜가 만들고 운영한 각종 관제단체의 홍보업무를 맡은 게 아버지인데,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결국 조순제 씨가 당시 이명박 캠프 측을 만나서 무려 9시간에 걸쳐 관련 증언을 했고, 그 증언이 ‘조순제 녹취록’으로 남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씨는 이 책에서 최순실 이전에 최태민 일가의 돈 줄을 쥔 이가 바로 임선이라고 적었다. 임선이야 말로 최태민으로부터 잉태된 부정한 역사의 씨앗를 뿌릴 수 있게 만든 토양이자 최순실 게이트의 시작이라는 것. 조 씨는 “나의 할머니 임선이가 최태민과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세 딸과 함께 최태민의 뒤편에서 많은 걸 해냈다”고 주장했다.
| 조용래 씨가 쓴 ‘또 하나의 가족’ 표지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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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1968년 서울 출생으로 1987년 영남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가 1년 뒤 영남대학교 비리 사건이 불거지면서 부정입학 사실이 드러나 제적됐다. 1990년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워싱턴 대학을 다니다가 조순제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귀국해 1997년 명지대학교를 졸업했다. 2008년부터 중국과 한국을 오가다 2014년 홍콩으로 건너가 증권회사에 입사해 현재까지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다. 그가 쓴 ‘또 하나의 가족’(모던아카이브 출간)은 1940년 임선이의 첫 결혼을 시작으로 2007년 조순제의 임종까지 68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조 씨는 아버지 조순제 곁에서 보고, 듣고, 겪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