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부산 기장군 기장읍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만난 김대중 선임 연구사는 ‘뱀장어 아빠’다. 지난 5월 뱀장어의 한 종류인 ‘동아시아 산 앵귈라 자포니카’ 인공 종묘(양식에 쓸 수산 생물) 생산에 성공했다. 2010년 일본에 이은 세계 둘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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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사는 일본 도쿄대에서 학위를 받고 1997년 수산과학원에 입사했다. 첫 발령지인 태안수산종묘시험장에서도 전공 아닌 뱀장어를 곁눈질했다. “선배 연구사가 뱀장어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뱀장어는 미지의 생물이다. 먹장어(꼼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 같은 바닷장어는 평생 바다에서 산다. 뱀장어는 다르다. 민물에서 살다가 3000㎞를 헤엄쳐 고향인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서 알을 낳고 생을 맺는다. 알에서 자란 실뱀장어는 다시 강, 민물로 돌아온다. 성장 과정에 수수께끼가 가득하다. 예컨대 뱀장어는 생식 세포가 분화하지 않은 채 태어나 몸길이가 20㎝가량 자랄 즈음 암·수 성이 나뉜다. 그 원인조차 분명치 않다.
그 매혹에 끌렸다. 김 연구사는 “뱀장어는 고대 그리스 때 아리스토텔레스도 언급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처음에 뱀장어를 연구하다가 포기하고 정신 분열로 돌아서 결국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것”이라고 했다.
어미 뱀장어가 낳은 수정란은 부화해 자어, 실뱀장어를 거쳐 다시 어미로 자란다. 우리가 식당에서 먹는 뱀장어는 강으로 거슬러온 자연산 실뱀장어를 사서 양식한 것이다. 김 연구사는 뱀장어 알을 실뱀장어로 키우는 작업에 2012년 성공했다. 1세대 인공 뱀장어다. 4년 뒤인 올해 이 1세대로부터 부화 자어 약 10만 마리를 받았다. 2세대 인공 생산에 성공하면서 ‘완전 양식 기술’ 개발을 완료한 것이다.
한국의 바다 어류 양식 역사는 길지 않다. 50년이 갓 넘었다. 1964년 포항, 감포 등 동해안의 방어 가두리 양식이 첫 시도였다. 우리가 즐겨 먹는 넙치(광어)와 조피볼락(우럭) 인공 종묘 생산에 성공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다. 기껏 30년 역사다.
그러나 어류 양식 기술은 지금 김, 전복 등 전통이 긴 해조·조개류 양식 기술을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연구사 같은 ‘물고기 아빠’들의 힘이다. 시중에서 저렴한 양식산 물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전체 어업 생산량(330만 5000t) 중 천해양식 비중은 절반 정도인 46.8%(154만 7000t)에 달한다. 어류 양식 생산량(8만 3437t)은 전체 양식 생산량의 5.4%를 차지한다. 주로 횟집에서 찾는 넙치(광어·4만 3413t)와 조피볼락(우럭·2만 4598t)이 대부분이다. 국내 양식장에서 자라는 넙치류 어종은 지난해 기준 총 9838만 2000마리다. 국민 1인당 두 마리씩 먹을 수 있는 규모다.
최근 양식 기술 개발에 부쩍 속도도 붙었다. 국내 연구팀은 뱀장어에 이어 이달 국민 생선인 명태 완전 양식에도 성공했다. 세계 최초다. 참다랑어(참치) 완전 양식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참다랑어는 일본, 호주 등도 어린 자연산을 잡아 양식할 정도로 완전 양식이 매우 어려운 어류”라며 “한국이 세계 수준의 양식 기술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축포를 쏘기엔 이르다. 더 큰 과제가 있다. 대량 생산이다. 뱀장어도 그렇다. 이 난제를 풀어야 국내에 수입하는 실뱀장어 20t(전체 양식용의 최대 90%)을 자급자족할 길이 열린다. 아직 일본도 성공하지 못했다. 김 연구사는 2020년까지 실뱀장어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해 어민에게 전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는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이라며 “대체 사료를 개발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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