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50분.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042660) 본사 3층에 마련된 C면접장에는 고졸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한 학생들이 서너명씩 조를 이뤄 들어왔다.
면접관으로 참석한 남상태 사장이 지원자들에게 입사 동기를 묻자, 학생들은 침착한 어조로 또박또박 답변했다. 긴장한 듯 두 손을 꼭 쥔 채였다.
|
면접을 처음 보는 만큼 실수도 있었다. 한 학생은 자기 소개를 하던 도중 그만 말문이 막혔다. 10초 동안의 침묵이 1분처럼 느껴졌다. 너무 긴장을 한 탓이다. 이상우 인사총무팀장이 "자신감을 갖고 천천히 해보세요"라고 격려하자, 그제서야 준비해 온 답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색다른 분위기도 연출됐다. 최근 한 지역 면접에 참가한 여학생은 잘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즉석에서 춤 실력을 선보여 면접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지원자들은 내년 2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이다. 총 100명을 뽑는 이번 공채에 지원한 학생들은 3199명. 이 가운데 서류전형을 통과한 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지역별 면접에 응했다. 이날 면접은 서울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지막 면접으로 총 98명이 참석했다. 실업계가 아닌 인문계 학생들이 3분의 2에 달했고, 내신 성적은 1~4등급 정도의 상위권이었다. 수학능력시험을 본 학생들도 많았다.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생들을 채용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모험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교와 대우조선해양 모두 합격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모든 학생들은 회사에 입사하겠다고 답했다.
강보라 양(미림여고 3학년)은 "공부를 잘 하기 때문에 대학을 가려고 했는데, 고졸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이 생겼다"며 "대학에서 공부하는 시간에 전문 분야를 배우는 게 낫다고 본다"며 입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
영동고 내신 1등급인 한 학생의 아버지는 기자와 만나 "대학에 들어가도 취업하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사회에 일찍 나가 자리를 빨리 잡는 게 더 낫다고 봤다"며 "아이가 내신 1등급이라 여러 대학 진학도 같이 준비하고 있는데 1순위는 대우조선해양이다, 가족들 모두 대우조선해양에 취업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고졸 신입사원 채용은 남상태 사장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됐다. 업계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원자가 얼마나 몰릴 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 경쟁률은 32대1에 달했다. 여기에는 비싼 대학 등록금과 취업난도 영향을 미쳤다.
강보라 양은 "내년에 대학에 진학하면 언니와 같이 대학을 다니게 된다"며 경제적인 면이 대우조선해양 입사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음을 인정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취업난도 걱정이다. 대우조선에 입사하면 다른 친구들보다 4년 먼저 사회에 진출하는 거라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관련기사 ◀
☞11월 넷째주, 코스피 개인 순매도 1위 `대우조선해양`
☞[마켓in]부실 해외법인에 발목잡힌 디섹 IPO
☞대우조선, 세계최대 해양플랜트 `파즈플로 FPSO` 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