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비서관은 '승진 꽃길'?…차관 승진 릴레이[통실호외]

박종화 기자I 2024.07.20 11:00:00

지난달부터 비서관 8명 차관 발탁
"대통령실 근무, 능력·도덕성 어느정도 검중"
尹心 아는 차관으로 집권 후반 국정장악력 유지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차관회의에 가면 반은 대통령실 출신이다’ 최근 관가에 도는 얘기다. 차관 인사에서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의 승진이 이어지고 있다.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을 잘 이해하는 인사를 중용해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관료들 사이에선 대통령실 파견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김성섭 대통령실 중소벤처비서관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 임명했다. 대통령실 비서관이 중앙부처 차관급으로 승진 발탁된 건 최근 두 달 들어서만 8번째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내각 개편에서 △이병화 기후환경비서관(환경부 차관) △김민석 고용노동비서관(고용노동부 차관) △김종문 국정과제비서관(국무조정실 제1차장) △김범석 경제금융비서관(기획재정부 제1차관) △박범수 농해수비서관(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김수경 대변인(통일부 차관) 등이 차관급으로 영전했다. 박성택 산업통상비서관과 고득영 보건복지비서관도 각각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과 보건복지부 제2차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과거에도 대통령실 비서관은 승진 코스로 꼽혔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선 이런 ‘인사 공식’이 더 뚜렷해졌다. 현재 정부 19부 차관 26명 중 11명이 대통령실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대통령실 비서관 7명을 차관으로 승진시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기재부 국장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파견을 시작으로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제1차관을 거쳐 장관급 후보자까지, 2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결격 사유가 있으면 바로 퇴출당하는 곳이다”며 “대통령실에서 비서관이 됐다는 건 능력이나 도덕성 등 자질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비서관의 차관 승진 릴레이엔 그간 격무에 시달린 것에 대한 보상 성격도 있다.

윤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 중용은 국정 운영 전략이기도 하다. 11월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사가 일선 부처에서 정책을 이끌어야 국정 장악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사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 인사와 달리 차관은 적임자라고 판단되는 인물을 바로 부처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늘공’(늘 공무원), 즉 관료 출신에겐 대통령실 근무는 양날의 칼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패에 따라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지금처럼 공직 생활에 ‘꽃길’을 깔아줄 수도 있지만 ‘주홍글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 청와대에서 근무한 늘공 비서관들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난 후 대부분 승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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