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레이스 초반엔 지지율 한 자릿수 초반에 머물던 김기현 당시 당대표 후보가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50%를 넘는 득표율로 당권을 쥘 수 있던 배경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었습니다. 친윤(親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김 전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덕이었습니다.
|
8·15 광복절 사면 대상에 김태우 전 구청장이 포함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사면·복권 된 김 전 구청장은 국민의힘이 후보를 낼지 결정이 안 된 상황에서 선거 사무실까지 꾸렸고 결국 국민의힘은 후보를 공천하기로 했습니다. 당 전체가 강서구로 달려가 전폭적 유세 운동도 펼쳤죠.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17%포인트 차이로 참패했고 김기현 지도부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김기현 지도부는 임명직 당직자를 수도권 지역구 의원 중심으로 전면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희생 요구에 맞닥뜨렸습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던 새 내년 총선에서 서울 의석 수가 49석 가운데 6석에 불과하리란 자체 판세 분석 결과까지 더해지며 김 전 대표는 더욱 궁지에 몰렸죠.
|
이뿐 아니라 이 전 대표를 만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무소속 의원, 나경원 전 의원과도 연달아 만난 것 역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대표의 결단이 늦어지는 데 격노했다’는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5월 이후 19개월 동안 당대표가 ‘정상적으로’ 여당을 이끈 기간은 절반뿐이었습니다. 지금의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는 과연 건강한 것일까요. 세 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선 이 시점, 당정 관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이젠 대통령실이 답할 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