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생님께서 아픈 선택을 하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단호하고 엄정히 확인하겠다”며 “교육청은 고인과 함께했던 동료 교사와 학교 관계자에게 얻을 수 있는 진술과 정보 등을 최대한 습득해서 경찰서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사망과 악성 민원과의 관련성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
앞서 서울 신목초등학교 교사인 A(38)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경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다. A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해 해당 교사의 휴대폰 포렌식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A씨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목초등학교에서 올해 3월부터 6학년 담임을 맡았던 14년차 교사다. 해당 교사는 현재 질병 휴직 중이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성명서에서 “6학년 아이들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있었고, 교사를 탓하는 학부모 민원까지 겹치면서 1학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가와 병가를 냈다고 한다”고 밝혔다.(참조 이데일리 9월1일자 <“숨진 양천구 초등교사, 6학년 맡고 힘들어 해…사건 은폐 정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긴급성명에서 “(A씨 학급에) 힘든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학부모 민원으로 매우 힘드셨다고 한다”며 “선생님 잘못이 아니다. 교육 현실과 교육 체제의 문제”라고 밝혔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청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감사 실시 △직무 관련성 확인 시 공무상 재해 및 순직 처리 △전 학교 대상 위기 학급, 악성 민원 전수조사 실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및 양천구 교사 애도를 위해 9월 4일 임시휴업 결정 등을 요청했다.
관련해 지난 1일 빈소를 다녀온 조 교육감은 페북에서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일이 또 한 번 일어났다. 정말 애석하고 비통하다. 마음이 무너진다”며 “(빈소에서) 유가족의 말씀도 들었다. 제가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 암담했다”고 전했다.
조 교육감은 “서이초 비극 이후 광장의 선생님들의 간절한 외침과 간담회를 통한 현장 교사 목소리를 듣고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며 “여전히 부족하지만, 법률지원, 민원 대응 등 빈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더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교육지원청 차원의 ‘아동학대 신속대응팀’을 구성하고, 교육감 직속으로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응팀’을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현장의 요구를 들어 교육청이 준비하고 있는 교육활동 보호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조 교육감은 “동료 선생님들께서도 미어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붙잡고 아파하고 계실 것”이라며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보자고 다 함께 외치던 동료 선생님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한치의 소홀함 없이 교육활동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사랑하는 아내, 엄마, 딸을 하루아침에 잃은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북 군산시에서도 초등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산해양경찰서는 지난 1일 오전 10시25분께 동백대교 주변 바다에서 군산의 초등학교 30대 교사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 차량에서 발견된 A씨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메모장이 열려 있었다. 메모장에는 “힘들다”는 내용과 함께 자신을 자책하면서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는 내용의 유서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교사들은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 날인 9월4일에 맞춰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자는 분위기다. 교사들은 연가·병가를 내거나 학교장이 정하는 재량휴업일로 정해 집단행동을 하자는 뜻을 공유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4일 재량휴업(임시휴업)을 결정한 학교는 30곳(1일 오후 5시 기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