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큰손의 뒷돈 거래 의혹에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까지 투자업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지난해 공격적인 긴축기조로 시장 유동성이 메마르자 개별 운용사나 기관투자가들 너 나 할 것 없이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아직 투자심리가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사와 소송이 넘쳐나는 탓에 자본시장에선 불안감이 한껏 고조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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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투자은행(IB)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지난 8일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새마을금고중앙회 기업금융부 A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이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이는 이유는 새마을금고가 PEF 운용사인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가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지난 2020년 말 여신전문사인 M캐피탈을 함께 인수하며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새마을금고와 ST리더스PE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M캐피탈 지분 98%를 약 3800억원에 인수했다.
검찰은 M캐피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A팀장이 운용사 선정과 출자를 주도했고, 이를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에 연루된 M캐피탈 임원 B씨도 함께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팀장은 박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망이 윗선까지 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새마을금고는 75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이다. 사실상 신생 PEF 운용사가 다른 대형 운용사들과 경쟁하며 기관투자가로부터 출자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데, 새마을금고는 과감한 투자로 이들에게 구세주 역할을 했다. 이번 수사를 기점으로 신생 운용사들을 비롯해 많은 PEF 운용사들이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받는 길이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PEF 관계자는 “원래 새마을금고가 신생 운용사들한테도 파격적으로 자금을 대주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이번에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대형 하우스에만 자금이 쏠리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는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PEF에도 불공정 주식 거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업계가 뒤숭숭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앤컴퍼니(한앤코)의 임직원이 지난 2021년 5월 남양유업(003920) 경영권 인수 발표에 앞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해당 기업 주식을 사들인 혐의를 포착하며 패스트트랙(긴급조치) 제도를 통해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다. 현재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의 수사지휘를 받아 해당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
한앤코 직원들은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발표 전에 주식을 미리 사들여 부당한 시세 차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남양유업 주가는 인수 발표 전에 30만원 안팎이었으나 매각 발표 이후 80만대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한앤코는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과 관련 전면 반박했다. 한앤코 관계자는 “국내 주식거래 자체가 금지돼 있으며 이를 수시로 확인한다”며 “현재 한앤컴퍼니의 어떤 임직원도 남양유업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는 별도로 남양유업 주식관련 조사가 있을 경우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지분(53.08%)을 인수하지 못할 가능성은 낮지만, 국내 큰손들로부터 자금을 받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적인 기관투자가들이 이미지 타격을 입은 PEF 운용사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한앤코는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둔 상태이며, 4조원대 규모의 4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중이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이미지가 실추되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며 “신규 펀드 자금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기관들도 앞으로 출자사업을 진행할 때 더욱 조심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