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영업사원에게 고객과 통화할 시간 벌어주는 AI

김현아 기자I 2023.05.31 08:02:11

기업들, 내부 업무 자동화에 AI도입 관심
MS, 600여개 글로벌 기업 대상 ''애저 오픈AI'' 테스트중
중고차 딜러 카맥스 도입했더니..영업사원, 고객관리 더 친밀해져
AI가 줄이는 일자리는 데이터량이 많은 단순 업무
AI활용 능력이 개인 경쟁력도 좌우할 듯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인공지능(AI)을 우리 회사에 도입하면 생산성은 얼마나 좋아질까요? 자칫 내 일자리가 사라지진 않을까요?

지난해 11월 30일, ‘언어’로 명령하면 보고서를 만들어주고 문서 내용을 요약해 정리까지 해주는 챗GPT가 세상에 얼굴을 내밀자, 기업들도 관심입니다.

글자로 입력하면 답변해주는 채팅 기능이나, 그림이나 영상을 만들어 주는 게 재밌기도 하지만, 기업들은 내부의 방대한 문서 처리를 자동화하거나 업무 처리에 효율성을 높이는데 AI를 어떻게 쓸수 있을까 모색 중이죠.

얼마 전 5대 그룹 중 한 곳에선 테크 기업 전문가를 불러 300여 명에 달하는 그룹 내 HR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생성AI에 대해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고도 합니다.

아직 국내에서 초거대 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을 이용해 기업 내부 업무를 바꾼 사례는 많진 않습니다.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교보문고에 챗GPT와 연동한 AI챗봇을 적용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하더군요.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AI 챗봇에게 신간 정보나 책의 내용을 묻고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MS는 현재 600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GPT-4 모델이 적용된 오픈AI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출시 전인 파워포인트·엑셀 같은 오피스365에 적용된 AI비서(코파일럿)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죠.

그중에는 네덜란드 보험 시장에서 활동하는 NN그룹 자회사(Nationale-Nederlanden), 홍콩 HSBC 은행, 중고차 판매 회사 카맥스(CARMAX) 등도 있다고 합니다.

NN그룹 자회사는 보험 청구 절차에 필요한 계약 문서 자동처리에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덕분에 청구 절차가 빨라졌다고 합니다.

홍콩 HSBC 은행은 기업 신용도 등을 평가할 때 해당 기업의 재무 정보 요약과 분류 용도로 GPT 기능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진 여러 회사들의 재무제표나 영업실적 보고서 5년 치를 정리하려면 한 달 이상 걸렸는데,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하죠. HSBC 임원은 “임시로 전세계 1만2천여명의 지원 인력에게 이러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관심을 끄는 사례는 중고차 판매 회사 카맥스(CARMAX)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이 회사에서 차 한 대를 팔려면, 자동차 검사 서류, 안전 보고서, 보험 기록, 사진 등 7개 문서를 딜러가 직접 작성해야 하는데, AI를 이용하니 자동화돼 훨씬 편해졌다고 하죠.

주목할만한 것은 AI(애저 오픈AI서비스)가 귀찮은 서류 정리를 대신해주니, 자동차 영업사원들은 그 시간에 고객과 전화 통화할 여유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이건복 한국MS 상무는 “사실 AI를 도입하니 매출이 얼마 늘었다는 수치보다 중요한 게 재미없는 문서 작업은 AI가 해주고, 남는 시간에 고객에게 전화해 ‘새 차 들어왔어요’ 같은 설명을 더 할 수 있게 된 점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AI가 내 업무를 뺏어간다기보다는 수월하게 해주고 시간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죠.

다만, AI가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다고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세계적인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AI가 정규직 일자리 3억 개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죠. 일례로 행정 관련 직업에선 46%, 법 관련 직업에선 44%가량이 자동화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어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냐고요? 전문가들은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는데, 업무는 단순한 영역이 위험하다고 합니다. 기자 역시 예외는 아니겠죠.

글을 잘 쓰는 챗GPT가 글만 잘 쓰는 기자를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더 많이 취재하고, 토론하고, 사색해서 뭔가 지혜를 담은 걸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낍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미래 일자리 중 60%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어떤 게 미래의 유망한 일자리가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AI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쟁력이 잘 다루는 사람들보다 뒤떨어질 것이란 평가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합니다. AI를 이용해 문서 작성이란 단순업무에서 해방된 영업사원이 고객과 한 번 더 통화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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