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50년전엔 케챂으로 깍두기를?

김보경 기자I 2021.10.07 08:00:00

[식품박물관]①
오뚜기 '토마토 케챂' 50주년…국민 1인당 91개씩 소비
대중에게 낯설던 '도마도 케챂' 홍보위해
배우 김자옥 모델로 깍두기 레시피 알려
가공용 토마토 재배해 재료로 농가와 상생
유리병→튜브형 외에 겉모습 거의 바뀜 없어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오뚜기 도마도 케챂으로 깍두기를 만들어보세요. 입맛이 확 돌아요. 젓갈은 넣지 마세요.”

1971년 오뚜기 토마토 케챂 출시 당시 배우 고(故) 김자옥씨가 등장한 광고다. ‘토마토 케챂’이 아닌 ‘도마도 케챂’ 시절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당시 대중에게는 낯설었던 케챂을 홍보하기 위해 붉은색 소스 이면서도 맵지 않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 깍두기 레시피를 알리기도 했고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고추장과 된장의 맛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토마토 케챂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따뜻한 밥과 계란프라이, 케챂의 ‘꿀조합’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고 50년이 지난 지금 토마토 케챂은 집집마다 하나씩은 구비된 대중적인 소스가 됐다.

한국인의 밥상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새빨간 소스, 오뚜기 ‘토마토 케챂’이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았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50년간 1인당 91개씩 소비

우리나라 토마토 케챂의 역사는 197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뚜기는 당시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토마토소스에 착안해 국내 최초로 토마토 케챂을 선보였다. ‘도마도 케챂’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먹음직스러운 붉은 빛깔과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돋웠고 국내 식문화 변화를 선도하며 대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까지 판매된 오뚜기 토마토 케챂은 국내 기준 약 141만t으로 이를 300g 튜브형 제품으로 환산하면 약 47억 개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약 91개씩 소비한 셈이다.

이는 한국인 입맛에 최적화된 케챂을 선보이기 위한 오뚜기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치, 장류 등 발효식품이 발달한 우리나라 식문화에 맞는 토마토 케챂을 생산해 대중화에 성공한 것이다. 토마토를 오래 졸여 액체 상태로 만든 토마토 페이스트에 물엿, 설탕 등을 첨가해 단맛을 강조했으며 튜브형 제품(300g) 1개당 9.4개 이상의 토마토를 넣어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토마토의 붉은 기를 좌우하는 ‘라이코펜’(Lycopene) 함량이 높은 가공용 토마토를 활용해 짙은 붉은색을 냈고 발효식초를 넣어 새콤한 맛까지 더했다.

◇세계적 브랜드와 겨뤄 승승장구

토마토 케챂은 즉석카레와 함께 오뚜기의 성장을 견인했다. 당시 풍림상사는 설립 초창기부터 토마토 케챂의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다만 제품 출시를 전후한 시장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당시 국내시장은 암암리에 유통된 외국산 제품이 장악하고 있었다. 국산 제품도 생산되고 있었지만,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오뚜기는 사회적 인식을 환기시키기 위해 제대로 된 토마토 케챂을 시장에 내놓자는 사명감을 갖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일선 판매점이나 도매상은 오뚜기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다며 신뢰를 보냈다. 첫선을 보인 제품은 시장이나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고의 재료를 엄선했고, 엄격한 생산과정을 거쳐 시장에 내놓은 결과였다. 제품 가격을 외국산 제품의 70~80% 수준으로 결정한 것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의 다른 표현이었다. 국산 제품이 반값 이하로 거래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파격적인 가격정책이었다.

토마토 케챂은 외국 제품에 뒤지지 않은 건강식으로 인식되며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갔다. 운동 등 일상생활에서 오는 근육의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토마토의 장점을 제품에 녹여낸 결과였다. 신선한 토마토 특유의 풍미와 진한 맛을 느낄 수 있고 화학조미료와 색소,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해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자리잡았다.

오뚜기 토마토 케챂 출시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사진=오뚜기)
◇토마토 페이스트 국산화 노력

오뚜기는 단지 케챂을 잘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우리 식탁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국내 식품회사로서는 최초로 1972년부터 1987년까지 오뚜기 케챂에 들어가는 토마토 페이스트의 국산화를 위해 국내에서 가공용 토마토 재배를 시도했다. 토마토 페이스트의 국산화는 보다 신선한 제품 공급과 외화 절약은 물론 토마토 재배 농민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오뚜기의 가공용 토마토 1차 재배는 충남 당진과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 2차로는 충북 제천, 3차 재배지는 남제주 성산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품종 자체가 국내산과 달라 국내 토양에 적응하지 못했고 수확기가 6월 하순으로 우리나라의 장마철에 해당하므로 가공 처리에 곤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수확량이 적어 그 원료로는 공장가동을 연간 1~2개월 밖에 할 수 없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을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이유가 됐다..

그러나 시험 재배가 마냥 실패로 끝난 것만은 아니었다. 1984년 7, 8월에는 50여t의 케챂용 토마토를 수확해 그동안 제품을 애용해준 소비자들과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오뚜기 제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케챂용 토마토 무료 증정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12회에 걸쳐 진행된 증정행사는 방부제나 색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오뚜기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우리 식탁을 지키려는 오뚜기의 고군분투에도 위협은 있었다. 지난 1980년대 외산 브랜드 케챂이 국내 출시 되며 한때 오뚜기 토마토 케챂의 점유율이 70%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1983년 과체중인 사람에게 체중 감소효과까지 가져온다는 ‘0kcal의 꿈의 발표 식이섬유인 산탄검(xanthan gum)’을 국내 최초로 첨가하고, 1984년 편리한 튜브용기를 출시하는 등의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며 우리 식탁 지킴이로 거듭났다.

오뚜기 토마토 케챂의 겉모습은 놀랍게도 50년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존 유리병 용기에서 보관이 편리한 튜브 타입으로 바꾸고, 깔끔마개를 적용해 쓰임새를 개선한 것이 전부다. 대개 3~4년 주기로 용기와 마크를 교체하는 보통의 가공식품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는 대한민국 국민의 입맛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올바른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묵묵히 성실하게 노력해왔다”며 “대표적 토마토 산지인 강원도 화천에서 개최되는 토마토축제를 지난 2004년부터 매년 후원하며 단순한 지역 후원이 아닌 화천 토마토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국내 토마토 수요를 더욱 확대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가 17년째 후원하고 있는 강원도 화천 ‘토마토 축제’ 모습(사진=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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