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소설 대망 '저작권 침해' 무죄…대법 "2005년판 새 저작물 아냐"

남궁민관 기자I 2020.12.21 06:00:00

일본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 번역·출간한 소설
2차적저작물 인정된 1975년판 이용해 2005년 재출간
개정 저작권법 따라 ''동일성'' 놓고 저작권 침해 논란
1, 2심 유죄 판단 했지만 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국내에서 ‘대망’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무단으로 번역해 판매한 혐의로 원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출판사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1975년 2차적저작물로 번역·출간한 대망을 2005년 다시 출간하면서 1995년 개정된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1975년판 대망에 비해 2005년판 대망이 새로운 저작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이데일리DB)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출판사 동서문화동판과 그 회사 대표 고모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동서문화동판의 전신인 동서문화사는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가 1950년 3월부터 1967년 4월까지 집필한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영해 1975년 4월부터 ‘전역판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판매했다. 이후 1995년 저작권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도쿠가와 이에야스’ 일본어판은 우리나라에서 소급해 보호를 받는 회복저작물로, ‘대망’은 이 회복저작물을 번역한 2차적 저작물로 인정을 받았다.

다만 동서문화동판은 기존 1975년판 대망의 일부 내용을 수정·증감해 2005년 대망을 발행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저작권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동서문화동판이 가진 2차적 저작물 이용권한은 저작물의 동일성을 유지한 채로 이뤄져야 하는데, 2005년판 대망은 1975년판 대망에 비해 사실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정도여서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1심과 2심(원심)은 1975년판과 2005년판 대망에 대해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며 동서문화동판과 고씨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2005년판에는 새로이 번역작업에 참여한 번역자의 창작적 노력에 의해 1975년판에는 없었던 표현을 추가하고 새로운 표현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일본어판을 번역함으로써 1975년판 대망과 동일성을 상실했다”며 고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동서문화동판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다만 “고씨 역시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 1975년판 대망을 발행, 판매하던 중 예기치 않게 저작권법이 시행돼 피해를 입은 측면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고씨와 동서문화동판에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1975년판 대망에는 회복저작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표현을 그대로 직역한 부분도 많이 있으나, 이를 제외한 어휘와 구문의 선택 및 배열, 문장의 장단, 문체, 등장인물의 어투, 어조 및 어감의 조절 등에서 표현방식의 선택을 통한 창작적 노력이 나타난 부분이 다수 있고, 이러한 창작적인 표현들이 2005년판 대망에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며 “1975년판 대망과 2005년판 대망에 차이점들이 있지만, 이같이 공통된 창작적인 표현들의 양적·질적 비중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어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