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채로 메우는 초(超)슈퍼예산, 빚 무서운 줄 알아야
정부가 그제 국무회의를 열고 올해보다 8.5% 늘어난 555조8000억 원의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초슈퍼예산이자 부족한 세금 수입을 90조 원의 국채발행으로 메우는 적자예산이다. 재정적자는 109조7000억 원에 달하고 국가채무는 내년 말 945조 원으로 불어난다. 문재인 정부 초기의 2017년에 비해 예산은 400.5조원에서 38.8%, 나랏빚은 660조 원에서 43.2% 늘어난 규모다. 국가채무비율은 출범 당시 36%에서 46.7%로 오른다. 4년의 시간 동안 겪게 된 나라 살림 현주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금과 같은 방역·경제 전시상황에서는 일시적인 채무와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위기와 경제난 극복을 위해 슈퍼, 적자예산 편성은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옹색한 변명이다. 문 정부는 코로나위기 전부터 경제 활력 회복을 이유로 해마다 대규모 적자 예산을 편성해 왔다. ‘재정중독증’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가채무만 가파르게 늘었을 뿐 경제는 침체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씀씀이에 문제가 많았다는 증거다.
내년 예산 역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선심성 퍼주기로 흐르기 쉬운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올해보다 10.7% 늘어난 199조9000억 원에 달해 전체의 36%를 차지한다. 30조6000억 원이 책정된 일자리 예산의 경우 공공부문 일자리를 올해보다 10만 여개 늘어난 103만 개로 확충한다지만 알바성 노인 일자리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효과는 미지수다. 장병봉급 12.5% 인상, 매달 이발비 1만 원 지급 등 ‘장병 사기진작 7종 패키지’도 인기영합적 지출의 인상이 짙다.
국가채무비율은 2024년 58.3%까지 올라간다는 게 정부 전망이다. 저성장 쇼크까지 겹치면 60%를 넘을 수도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오는 2023년까지 46%로 높아지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에선 고뇌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 빚으로 선심부터 쓰고 보자는 것 아닌지 두려울 정도다. 미래세대에 빚 폭탄을 안기지 않으려면 나라 곳간을 함부로 열어 젖혀서는 안 된다. 곳간 단속은 부모세대의 의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