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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효과 끝났다…‘반짝 특수’ 한우·삼겹살값 하락 주의보

이명철 기자I 2020.09.02 06:00:00

가정내 소비 증가로 소비자가격 고공행진, 최근 내림세
농경연 “경기 침체로 가격 하락 가능성, 입식 신중해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에 크게 올랐던 쇠고기·돼지고기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반기 재난지원금 효과가 떨어진 가운데 공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감안하면 가격 하락폭은 커질 전망이다.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돼지고기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본부는 9월 한육우·돼지 관측호를 통해 가격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사육 규모를 늘리는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쇠고기·돼지고기는 올해 상반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출 자제로 집밥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가격 상승세를 나타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1월만 해도 한우 등심(1등급) 소비자가격은 kg당 9만원 안팎이었다. 6월 재난지원금을 본격 지급하자 1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폭은 더 크다. 1월 kg당 1만6000~1만7000원을 오갔던 삼겹살 소비자가격은 6월 2만4000원선으로 50% 가량 급등했다.

코로나19 이후 돼지고기는 외식 소비 감소에도 가정 소비가 증가해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농경연에 따르면 2월 24~7월 12일 국내산·수입산 돼지고기의 외식 소비는 23.7% 줄었지만 가정 소비는 국내산과 수입산이 각각 16.0%, 2.6% 증가해 전체 0.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쇠고기·돼지고기 가격은 내림세다.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은 8월 31일 기준 9만7411원으로 올해 고점인 10만2441원(8월 19일)대비 4.9% 가량 떨어졌다. 6월 16일 kg당 2만4491원까지 올랐던 삼겹살 소비자가격은 8월 31일 2만2762원으로 약 7.1% 하락했다.

농경연은 앞으로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우의 경우 6월 사육마릿수가 317만5000마리로 전년동기대비 2.6% 증가했으며 6~7월 도축마릿수는 전년동기대비 11.5% 증가한 12만2000마리다. 한우 사육과 도축이 늘어 공급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한우 사육마릿수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경연은 올해 12월 한우 사육마릿수는 320만3000마리로 전년대비 4.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12월은 2.2% 늘어난 327만2000마리로 추정했다.

한우 가격 하락폭은 커질 전망이다. 올해 9~11월 한우 평균 도매가격은 kg당 1만9000~1만9500원에서 내년에는 1만7500~1만850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형우 농경연 축산관측팀장은 “한우 사육마릿수가 늘어 도축이 지속 증가하면서 한우 도매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신중한 입식(사육) 결정과 함께 한우 사육마릿수 조절을 위한 암소 감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돼지의 경우 7월 사육마릿수는 1181만1000마리로 전년동기보다는 3.6% 줄었지만 평년에 비해 0.4% 많은 수준이다. 같은달 돼지 도축은 148만5000마리로 전년대비 0.7%, 평년대비 17.3% 각각 증가했다.

농경연은 9월 들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돼지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9월 예상 돼지 도매가격은 kg당 4000~4200원으로 전년대비 12.3~16.5%, 평년보다 11.4~15.7% 각각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팀장은 “올해 돼지 사육마릿수가 줄어 내년 도축마릿수는 평년보다 0.4% 줄 것”이라면서도 “경기 침체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사육규모를 늘리기보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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