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관 여섯 군데에 도움을 요청했던 최 선수는 이 통화에서 가해자 측이 반박 증거를 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추가 자료를 달라는 조사관의 요구에 최 선수의 목소리는 절망을 느낀 듯 힘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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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선수는 통화에서 “(경주시청팀 관계자들이) 저희한테도 항상 비행기 값이라고 하고 돈을 걷어갔지, 훈련비로 쓸 거라는 말을 한 적도 없었어요. 알고 보니까 시청에서 비행기 값을 다 대줬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경찰 출신 여성 조사관은 최 선수에게 “다른 선수들은 진술서를 저쪽에서 다 받았더라고, 반박할 증거가 있다면 그걸 보내줘요.)”라고 했다.
여성·청소년을 전문적으로 수사했던 경찰 출신 여성 조사관의 꼼꼼한 증거자료 요구에 최 선수는 목소리에 점점 힘이 빠졌다. 통화 초반 열심히 가해자의 잘못을 설명하던 최 선수는 통화가 이어질수록 낙담한 것으로 보인다.
최 선수는 “그런 게(반박 증거자료) 없어요, 지금 저희한테”라고 말했고, 조사관은 “기소라던지 불기소 의견 통지를 받은 거 있으면 그걸 보내주고”라고 재차 증거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최 선수는 “대구지검으로 넘어간다는 그 연락밖에 안 받았어요”라고 했다.
조사관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몇 회에 걸쳐서 얼마를 입금한 것을 정리해서 주시고, 비행기 값이라고 해서 보내준 부분에 대해서 추가 증거로 할 수 있는 자료 있으면 보내줘요”라며 앞으로 자주 통화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
조사관은 “어렵게 선택을 해서 진정까지 했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게끔 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연락이 조금 어렵더라도 자주 연락을 하고 내가 전화하면 잘 받고 그러세요”라며 통화를 마쳤다.
조사관의 당부에 최 선수는 다른 말 없이 ‘네’라는 대답을 반복했다.
최 선수 동료는 YTN에 “경주(시청 측)에서 변호사 사고 지금까지 (한 행동을) 다 부인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 (최 선수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측은 “지난 4월8일 처음 진정서를 받았을 때는 폭행 녹취록이나 입금 기록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며, “최 선수 사망 나흘 전, 비로소 이 증거들의 존재를 알게 돼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YTN은 보도했다.
한편 최 선수는 체육회 측과 통화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지인과 가족에게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후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 선수는 지난 4월 경주시청 소속 선수 및 관계자로부터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고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최 선수가 세상을 떠난 지 열흘 만인 지난 6일 가해 혐의자인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선배 장 모 선수에게 영구 제명, 선배 김모 선수에게 10년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대구지검은 이날 최 선수 사건과 관련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을 맡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양선순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아동학대 전담 검사 4명과 수사과 전문 수사관 5명 등 모두 14명으로 수사팀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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