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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軍 투입"에 반기 든 美국방에 대노…'경질설' 부상

이준기 기자I 2020.06.04 06:08:17

백악관 "트럼프, 필요하다면 '폭동진압법' 사용" 확인
앞서 에스퍼 장관 "軍 투입, 최후의 수단"…선 그어
경질 가능성 질문에…백악관 "신뢰 잃으면 알게 될 것"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폭동진압법’ 발동에 선을 그은 마크 에스퍼(오른쪽) 미 국방장관의 언급에 대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을 동원하겠다’는 자신의 종전 발언에 정면으로 맞섰다는 이유에서다. 미 백악관이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뭉개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배경이다. 일각에선 에스퍼 장관의 ‘경질’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AFP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백인 경찰의 강압행위로 흑인 남성이 사망하면서 촉발된 반(反) 인종차별 시위에 병력을 투입하는 데 사실상 난색을 표한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병력 동원은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주지사들이 주 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군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이는 1807년 제정된 폭동진압법을 발동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 법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를 끝으로 발동된 적이 없다. 따라서 에스퍼 장관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에스퍼 장관 경질설에 대해 매커내니 대변인은 “현재 에스퍼 장관은 여전히 장관”이라면서도 “만약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면 앞으로 여러분은 그(경질)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질 가능성에 문을 열어둔 언급으로 읽혔다. 이와 관련, 미 CNN방송은 에스퍼 장관이 시위 대응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끊는 발언을 한 뒤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고 풀이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 간 ‘불화설’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고위 보좌관들은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가 내놓은 현역 군 투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분개했다”며 “이들은 국방장관의 발언은 도를 넘은 것이라고 봤다”고 썼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국방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현역 군 사용 여부를 놓고 결별했다”고 썼다.

미국에선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 쇼빈이 비무장상태인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9분 가까이 목을 찍어 눌러 결국 폴로이드를 사망케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는 전날(2일)까지 8일째 이어졌다. 시위가 심야 약탈·방화 등 폭력적으로 변질하면서 뉴욕·로스앤젤레스(LA) 등 40개 이상의 도시에서 통금령이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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