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월 둘째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전주 대비 0.07%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11월 12일(-0.01%) 이후 14주째 내림세입니다. 이 같은 기록은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던 2013년 5월 27일~8월 26일(14주간 하락)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입니다.
시간을 더 뒤로 돌려보면 10여년 전인 2011년 8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82주 연속 떨어졌던 시기가 있습니다. 무려 19개월간 내림세를 보인 것입니다. 아직 많은 변수가 남아 있지만 정부 규제 강도가 계속되고 국내 경기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지면 이 때와 비슷한 추세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주택시장이 반등 가능성이 당분간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압박한 대출 규제, 세제 강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유세 부담, 금리 상승, 전세시장 안정, 거래 감소 등 주택시장 지표가 모두 나빠져 있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그나마 선방하던 분양시장 마저 위축되고 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분양경기실사지수(HSSI)를 조사·발표하는데 이달 서울 HSSI는 78.1을 기록했습니다. 이같은 수치는 관련 조사가 진행된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HSSI가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합니다.
실제 최근 서울 분양시장에는 심상치 않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분양 단지’ 열풍에 청약자들은 여전히 몰리지만, 정작 최종 미계약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또 지난달 분양한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와 같이 1순위도 채우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대출 규제로 분양가 9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높아진 분양가, 준공 이후 담보대출 제한 등을 우려한 청약자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무주택자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청약제도 개편으로 실수요자들의 당첨 확률이 더욱 높아진데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분양 물량도 풍성한 것도 긍정적인 상황입니다.
다만 실수요자들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매시장 보다는 전월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모습입니다. 집값이 지난해 고점 대비 하락했다고 하지만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8억원을 넘을 정도로 여전히 절대값 자체가 높은 데다 급매물 외에는 눈에 뛸 정도로 내려간 매물이 많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보입니다. 당분간 집주인도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무주택자도 눈치보기를 하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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