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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교육감 재선보다 중요한 비리 유치원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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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영 기자I 2018.10.18 06:00:00
지난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도교육청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전국 유치원의 33%만 감사를 받았는데도 유치원 1곳 당 3건 이상의 비리가 적발됐다. 감사 결과를 보면 유치원장이 교비로 명품백을 사거나 성인용품을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격노했다.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할 나랏돈이 원장 호주머니로 들어갔으니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관들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앞으로 감사에서 적발된 비리 유치원의 실명을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간 세종·울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은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청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과 명예훼손 등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사유일 뿐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직선제로 선출되는 교육감들이 사립유치원장들의 눈치를 봐왔다는 얘기다. 원생 100명인 유치원이 지역구에 20곳만 있어도 교육감선거에서 수천 표에 영향을 미친다. 유치원장들은 해당 지역에서 수십 년씩 유치원을 운영하며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아이를 맡긴 학부모는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현행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은 ‘중앙행정기관 등의 감사결과는 원칙적으로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의 이해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공익을 위해서라도 비리유치원의 실명공개가 필요하다.

박 의원에 의해 비리유치원 실명이 공개되자 사립유치원들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립유치원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물론 이는 진정한 사죄나 반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한유총은 겉으로는 기자회견을 열어 머리를 숙였지만 한편으로는 박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 중이다. 또 언론을 상대로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도 법리 검토를 마쳤다.

한유총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비리 유치원 사태는 진통이 길어질 상황이다. 하지만 매년 2조원의 국고를 지원받고도 감시는 받지 않았던 사립유치원을 개혁할 적기다.

한유총은 지난해 9월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기 어려운 월요일(18일)과 추석연휴 직전(25~29일)을 택해 집단휴업 일정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당시 이들이 내세운 요구조건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지원비 인상과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중단 등이다.

이번에 유치원 감사결과가 실명으로 공개되면서 한유총의 입지는 축소됐다. 당시 한유총이 추진했던 집단 휴업도 비리 실상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한유총 간부 중 4명은 이번 비리유치원 명단에 포함된 유치원의 원장이다.

교육부와 18일 시도교육청 부교육감들과 회의를 열고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할지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는 교육감들의 재선보다 아이를 유치원에 맡긴 학부모들의 바람이 더 중요하게 다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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