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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분당구 고운세상코스메틱 사무실에서 만난 안 대표는 “내가 피부과 의사로 관련 화장품 사업까지 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내 운명 같다”며 “어린 시절 컴플렉스를 이제는 고운세상코스메틱으로 극복해나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피부과 의사인 안 대표가 2000년 설립한 ‘코스메슈티컬’ 업체다. 대표 브랜드는 ‘닥터지(Dr.G)’로 자외선 차단제, 필링젤 등을 제조·판매한다. 코스메슈티컬이란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병원에서 시작된 기능성 화장품을 뜻한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약 35조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성장해 최근 2~3년 사이 업체들의 진출이 늘고 있는 추세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시작은 소소했다. 병원에서 부가적으로 사용되던 화장품이 시초가 됐다. 안 대표는 “피부과를 운영하다가보니 환자들이 매번 자신의 피부에 어떤 화장품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며 “이런 문의가 많아 자체적으로 병원에서 사용하기 위한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하게 됐는데 운이 좋게 해외에서 먼저 알려지게 됐다”고 회상했다.
해외 진출의 첫 대상은 홍콩이었다. 홍콩에 거주했던 안 대표의 환자 한 명이 고운세상코스메틱의 화장품을 현지에서 일부 판매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창업 6년 만인 2006년에 홍콩 대형 드럭스토어 ‘사사’ 측이 먼저 수출 제의를 해왔다. 안 대표는 “당시는 한류가 확산되지 않았던 때였음에도 대표 제품인 자외선 차단제와 BB크림을 처음으로 홍콩에 수출, 당시 진출 1년 만에 1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며 “홍콩 사사에서는 이후 7년 내내 취급 한국 화장품 브랜드 중 닥터지가 판매 1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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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는 “지난해 말 아마존에서도 닥터지의 필링젤이 전체 뷰티 카테고리에서 1위를 했다. 최근 하루에 2000~3000개씩 필링젤이 아마존을 통해 팔린다”며 “아직 비중이 낮은 중국 시장에서도 11개 품목에서 중국위생허가(CFDA)를 받고 배우 김지원을 통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수출 전략을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화장품 사업이 순탄대로를 겪자 안 대표는 의료기기 사업에까지 눈을 돌렸다. 2014년 여드름 제거 치료기 ‘아그네스’를 개발했다. 현재 국내 피부과 병원 400여곳에 공급한 상태다. 안 대표는 “아직 매출 비중은 10% 남짓에 불과하지만 향후 의료기기 사업 비중을 점차 키워나갈 계획”이라며 “기업간거래(B2B)와 기업·소비자간거래(B2C)를 모두 아우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피부과학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피부건강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 안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지난해 새롭게 시범사업을 추진한 DNA 분석 화장품 추천 솔루션도 같은 맥락이다. 유전형에 따른 피부 타입을 나눠 맞춤형 화장품과 생활습관 등을 추천해주는 것이 골자다. 우선적으로 1000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 시범사업을 시작해 현재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안 대표는 “올 2월에는 축적된 유전자 분석 데이터를 갖고 본격적으로 유료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고 향후엔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적용시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이같은 안 대표의 도전에 힘입어 매출액도 2015년 140억원에서 지난해 200억원으로 키웠다. 올해는 300억원 매출이 목표다. 기업공개(IPO)도 내년에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화장품 사업은 결국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인력 확보 등을 위해 IPO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회사를 더 알려 유능한 인재들을 데려오고 싶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