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카스피해 연안에 있는 아제르바이잔은 최근 비즈니스 관계에서 새로운 풍습이 생겼다. 생선을 먹지 않고서는 제대로 접대를 받았다고 할 수 없는 분위기다. 카스피해가 기름 등으로 오염되면서 어획량이 대폭 줄어 어류를 먹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다. 카스피해의 상징인 ‘블랙캐비어’를 낳는 철갑상어는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지 오래다. 아랍국가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데 어류마저 제대로 먹지 못해 국민들의 단백질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96억명에 달하고, 단백질 소비량은 70%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인구를 먹여살릴 식량이 부족할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문제는 육류 생산으로는 이를 충당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점이다. 소고기 1㎏을 생산하는 데 7~10㎏의 사료와 1만5000ℓ의 물이 필요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많은 셈이다. 세계적 석학인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을 통해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를 소를 비롯한 가축이 소비하는데 이는 굶주리고 있는 인간 수억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라며 “인류가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생태계 파괴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백질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양식이다. 자원 보호를 이유로 세계 수산물 어획량은 약 9000만t에서 정체돼 있다. 2030년까지 세계 수산물 소비량은 1억5200만t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빈 공간을 메울 대안이 바로 양식인 셈이다. 지난 10여년간 세계 양식 생산량은 연평균 5%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미식가를 사로잡고 있는 노르웨이 연어는 1㎏을 생산하는데 1.4㎏의 사료만 들 정도로 육류에 비해 경쟁력도 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양식산업은 세계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노르웨이, 일본 등 선진국들은 양식의 잠재된 산업적 가치에 주목해 일찍부터 양식업에 뛰어들었다. 세계 소비 시장인 중국도 뒤늦게 양식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세계 최대 양식생산국이자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김, 양식, 전복 등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소규모 영세산업에 머물고 있다. 참다랑어, 뱀장어, 명태 등 완전양식기술을 개발하긴했지만, 대량 생산까지 갈길이 멀다.
김재철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과장은 “양식은 미래 먹거리이자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싼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새로운 양식기술을 접목시켜 이 시장을 주도해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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