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1993년부터 1997년은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 경제 성장에 속도를 내던 시기였다. 당시 5년 간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7.4%로, 같은 기간 세계 경제 성장률인 3.3%를 4.1%포인트 웃돌았다.
성장률은 취임 첫해인 1993년 6.3%를 기록한 이후 1994년 8.8%, 1995년 8.9%, 1996년 7.2%, 1997년 5.8% 등 고속 성장을 지속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신경제 100일’ 계획과 규제개혁안을 발표하고 정부조직 개편, 금융개혁 등을 단행했다. 김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군사작전 같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전격적이었고 획기적이었다.
특히 금융실명제는 대표적인 경제 성과로 꼽힌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12일 오후 7시45분 “이 시각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뤄집니다”라는 선언으로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했다. 자본편중 및 정경유착 등의 고리를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도 업적 가운데 하나다. 김 전 대통령은 OECD 가입을 위해 금리자유화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한국은 1996년 9월 OECD에 가입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한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집권 말기에 닥친 위기 때문이다.
집권 말기인 1997년 한보철강을 시작으로 진로, 기아자동차 등이 잇달아 부도 위기를 맞으면서 김영삼정부는 11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이른바 ‘IMF 위기’로 인해 김 전 대통령 퇴임 후인 1998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5.7%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