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상승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가격 인상을 억누르거나 세금으로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단기 처방만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생산·유통비용을 낮추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등 물가 상승의 구조적 원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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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는 식품·외식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해 왔다. 치킨 등 특별관리 품목을 대상으로 담합 등 불공정행위 조사에 나섰고, 국세청 세무조사도 동원했다.
하지만 중동전쟁 장기화 등으로 원가 부담이 누적되자 결국 기업들이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탄산음료 등 일부 품목은 6·4 지방선거나 추석 연휴(9월 24~26일) 등 정부의 물가 관리가 집중된 시기가 지난 뒤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먹거리와 가공식품은 정부 눈치를 보며 인상을 미루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그동안 눌려 있던 가격을 올린 측면이 있다”며 “원가 상승을 감안하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동원해 온 정책 수단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수입 농축산물 등에 부과하는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할당관세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수입 가격을 낮춰 소비자 부담을 덜겠다며 할당관세를 확대하고 제도 악용 행위에 대한 단속도 벌여 왔다.
하지만 국책연구원 분석에서는 지난해 2653억원의 관세 감면에도 국내 최종재 물가에 미친 영향은 0.00027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인하가 최종 소비자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재정을 투입해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할인 지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약 1900억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나섰다. 내년 설·추석 할인 지원을 1조원 규모로 확대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도 나왔다.
이 같은 정책이 소비자가 당장 지불하는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자체를 줄이지는 못한다. 결국 정부 지원이 끝나면 소비자 부담이 다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재정 여력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한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기 처방 위주의 물가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배준영 의원은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물가안정 대책의 실효성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가격 억제에 치중하기보다 생산·유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등 구조 개혁을 통해 국민의 실질적인 생활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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