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정중독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 수모,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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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5.09.15 05:00:00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다. 이로써 프랑스 신용등급은 한국(AA-)보다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갔다. 서방 G7에 속하는 선진국 프랑스로선 수모가 아닐 수 없다. 피치는 강등 이유로 ‘프랑스 정치의 불안정성’을 들었다. 여소야대 프랑스 의회는 지난주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를 불신임했고 내각은 붕괴됐다. 야당은 정부의 긴축안을 걷어찼다. 여론도 복지를 동결하는 긴축안에 반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금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일은 확장 재정을 추구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 정국은 혼란 그 자체다. 그 중심에 긴축이 있다. 작년 말에도 미셸 바르니에 내각이 긴축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려다 무너졌다. 바이루 전 총리는 프랑스 재정을 “선체에 구멍이 뚫려 물이 들어오는 배”에 비유하면서 나라의 운명이 걸렸다고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프랑스는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 수준으로, 유로 회원국 중 그리스·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한 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6%에 육박해 유로존 평균의 두 배다. 그러나 여론과 의회는 당장 공휴일이 줄고 복지가 축소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재정중독은 그만큼 치유가 힘들다.

프랑스의 앞날은 더욱 어둡다. 피치에 이어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도 11월 등급을 떨어뜨릴 공산이 크다. S&P는 이미 지난 2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등급이 내려가면 프랑스가 지급해야 할 국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러잖아도 국채 금리가 껑충 뛴 프랑스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재명 정부는 전 정부의 긴축을 버리고 확장 재정에 힘을 쏟고 있다. “가을에 한 가마 수확할 수 있다면 빌려서라도 씨를 뿌려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지론이다. GDP 대비 50% 안팎의 국가채무 비율이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은 맞다. 그러나 프랑스 사례에서 보듯 재정적자는 마약과 같아서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다. 빠지지 않는 게 상책이다. 늪 주위에 울타리를 치는 재정준칙은 유야무야 실종 상태다.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긴 시야에서 똑 부러진 재정준칙을 세운다면 큰 성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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