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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강화’ 美에 中 ‘투자 확대’로 맞불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가 2000억위안(약 36조 5000억원) 규모 조성을 목표로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에서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빅펀드’라고 불리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국영 펀드다. 중국 정부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450억달러(약 59조원) 규모로 빅펀드를 조성해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장비 국산화 등에 투자했다.
3기 빅펀드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이 중심이 돼 자금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상하이시 정부와 국가개발투자집단, 청퉁홀딩스 등이 각기 수십억위안씩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데는 몇 달이 더 걸릴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중국이 다시 막대한 자금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려는 건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갈수록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중싱궈지(SMIC) 등이 7㎚ 반도체에 이어 5㎚ 반도체 개발까지 나서자 미국을 규제 대상을 확대하며 이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 상무부가 중국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창신메모리(CXMT) 등 6개 회사를 ‘우려 거래자 명단’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이 우려 거래자에 반도체 부품 등을 수출하려면 사전에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한국과 독일 정부에도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고, 이미 수출 규제에 동참한 일본과 네덜란드엔 규제 강도를 높일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CXMT는 자사 규제 가능성에 관해 “우린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장려한다”며 “미국 수출 규제를 포함관 모든 법규를 엄격하게 준수한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고 답했다.
◇美, 이달 중 삼성전자·TSMC 등 보조금 확정할 듯
미국은 이와 함께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애리나조나주에 팹(반도체 제조시설)을 2개를 짓고 있는 TSMC는 미 정부로부터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50억달러(약 6조 6000억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보조금과 관련해서 미국 정부와 지속해서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으며 꾸준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이달 말 총 280억달러(약 37조원)에 이르는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텍사스에 파운드리를 건설 중인 삼성전자도 추가 투자 등을 통해 수십억달러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인텔 등 자국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비슷한 규모로 지원금을 받을지가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반도체법 성과를 언급하며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량의 약 20%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