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는 “한림원을 향한 언어·성별·지역적 편향에 따른 다양성 부족 해소를 욕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 문학을 만나는 통로임은 분명하다”며 “대중적 인지도는 물론, 시대정신의 총화이자 인류 지성을 계측할 수 있는 상”이라고 했다.
수상자를 결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공식 후보를 공개하지 않아 적중률이 높지는 않지만, 해외 온라인 도박사이트 중심으로 주요 수상자 예측이 나온다. 영국의 래드브록스, 나이서오즈 등이 주요 가늠자인 셈이다.
이들 도박 사이트가 지목한 올해 유력 후보는 중국의 찬쉐(70)와 노르웨이의 욘 포세(64)다. 이어 호주 제럴드 머네인(84), 캐나다 앤 카슨(73), 러시아 류드밀라 울리츠카야(80) 등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74)는 15배의 배당률로 10위에 그쳤다. 한국의 고은(90) 시인은 16위다.
현재 나이서오즈 베팅 1위는 중국 소설가 ‘찬쉐’다. 사실적인 감정 묘사 덕분에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작가다. 예상이 적중하면 그는 2012년 모옌에 이어 노벨문학상을 받는 두 번째 중국 작가이자 첫 중국 여성이 된다. 국내 출간된 책으로는 ‘황니가’(열린책들), ‘마지막 연인’(은행나무), ‘오향거리’(문학동네)가 있다.
뒤이어 노르웨이 소설가 욘 포세, 국내에 아직 소개된 적 없는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 등이 거론된다. 욘 포세는 북유럽권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작가다. 국내에는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3부작 중편 연작소설 ‘잠 못 드는 사람들’ 등 3편(새움) 등이 번역돼 있다. 특히 그의 희곡들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오르며, ‘인형의 집’을 쓴 헨리크 입센(1828~1906)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서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울리츠카야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울리츠카야는 공개적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 온 반체제 작가다. 다만 한림원이 최근 몇 년간 문학성보다 정치적 메시지에 치중한다는 비판에 시달린 만큼 울리츠카야를 뽑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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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국내 편집자들의 ‘원픽’을 살펴볼 기회도 생겼다. 예스24가 최근 국내 주요 출판사 문학 편집자들을 설문한 결과,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캐나다 여성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84)와 앤 카슨(73)이 각각 5표, 4표로 최다 지목됐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살만 루슈디, 옌롄커, 파스칼 키냐르가 3표씩 뒤를 이었다. 예외없이 매년 후보로 언급되는 이들이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캐나다 현대문학의 대모로 간주된다. 21살 펴낸 첫 시집 ‘서클 게임’으로 캐나다 총리상을 받으며 문단에 섰고, 소설 ‘눈먼 암살자’ ‘증언들’로 2000년, 2019년 부커상을 받았다. 페미니즘, 캐나다인 정체성, 인권·환경 문제 등을 두루 붙들어왔다.
시인·번역자인 앤 카슨은 죽음, 상실, 침묵이 강제된 여성의 목소리 등에 천착해왔다. 2001년 여성 최초로 ‘티(T). 에스(S). 엘리엇’상을 받았고, 10년 넘게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된다. 문제는 2년 연속 여성 수상자를 배출할 것인가 여부다. 국내 출판사가 뽑은 두 사람 모두 여성이다. 2012년 이후 거의 예외 없이 매년 남녀가 번갈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남성 작가(또는 시인)가 수상할 가능성을 점쳐볼 수도 있다. 지난해 수상자 아니 에르노(프랑스)를 포함해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119명) 중 여성은 17명뿐이다.
이례적 인물이 수상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6년 대중가수 밥 딜런이 호명돼 파란을 일으켰다. 2021년 압둘라자크 구르나(탄자니아)는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었던 작가였다.
다만 국민적 관심은 예전만 못하다. 국내 작가로는 소설가 황석영과 시인 고은·김혜순이 도박사이트 후보 명단에 올라 있지만 20위권 안팎으로 수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이 역시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수상자는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6000만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