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 127개 국가 중 32위에 해당했지만, 지난달 38위로 떨어졌다. 한은이 금 매입을 하지 않는 동안 다른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매입에 나서면서 순위가 떨어진 것이다.
최근 금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1100~1300달러 내외에서 머물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을 기점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2020년 9월 2063달러를 기록하며 고점을 찍었던 금 가격은 이후 1800달러 전후에서 등락하다 올해 들어 재차 상승하면서 전고점을 웃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금 가격 상승 배경에 대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부문 스트레스에 따라 안전자산으로서 금 수요가 커진 것과 고물가 대응, 미 달러화 의존 축소 등을 들었다.
|
나아가 금 보유 확대보단 미 달러화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외자운용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잠재돼 있는 상황에서 금보유 확대보단 미 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며 “특히 2018년 이후 금 가격이 미 정부채 투자성과와 상당수준 동조화되고 있어, 달러화 유동성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매도하고 금을 매수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 가격이 전고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향후 상승 여력이 불확실한 점도 금 매입을 꺼리는 이유로 꼽혔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에 따라 미 달러화 강세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금보유 기회비용인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선 점도 가격상승 제약요인”이라고 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달 23일 영란은행에 전량 보관된 보유금에 대한 실사를 시행한 결과 모두 양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보유금의 안전성, 보관상태에 대한 점검뿐만 아니라 다른 중앙은행의 행태, 시장여건 등을 확인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