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배터리에 쓸 '실리콘 음극재' 추우면 더 잘 깨진다

강민구 기자I 2022.09.12 10:29:59

이현욱 UNIST 교수팀, 국제학술지에 논문 2편 연달아 게재
실리콘 온도별 팽창 관찰하고, 새로운 현미경 기법 제안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용량이 크고,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쓸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차세대 배터리 후보 물질인 ‘실리콘 연구’와 새로운 배터리 물질을 찾아낼 ‘투과전자현미경(TEM) 기법’에 관한 내용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이현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논문 2편을 게재했다고 12일 밝혔다.

차세대 배터리 후보 물질 부피 팽창 분석

이현욱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사진=울산과학기술원)
실리콘 특성에 관한 첫 논문은 이석우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팀이 참여했다. 실리콘은 상용화된 음극재인 흑연보다 10배 정도 용량이 크기 때문에 고용량 배터리 소재 후보 중 하나다. 그런데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수록 팽창해 단일 입자와 전자가 파괴되고, 이들이 깨진 표면을 따라 고체 전해질 계면을 형성해 리튬 이온 전달이 느려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에 전자빔으로 실리콘 나노 기둥을 만든 뒤 배터리 셀을 조립했다. 전기를 충·방전하며 리튬과 실리콘 웨이퍼의 반응을 관찰한 결과, 실리콘 웨이퍼의 결정면 방향에 따라 각 나노 기둥이 리튬 충전 후 서로 다른 부피로 팽창했다.

영하 2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는 리튬 이온을 두 번 충전해도 안정적이었던 300나노미터 지름의 실리콘 나노 기둥이 모두 파괴됐다.

원소·바이러스 관찰 유리한 현미경 기법 개발

이현욱 교수팀은 진성환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로드니 루오프 기초과학연구원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과 단결정 그래핀으로 ‘액체 상태의 물질’이 움직이는 모습을 원자 단위까지 관찰할 방법도 개발했다.

투과전자현미경(TEM)은 전자빔을 쏘아 물질을 관찰하는 현미경이다. 광학현미경보다 수천 배가량 높은 배율로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관찰하려는 액체가 증발하지 않도록 높은 진공상태에 둬야 하기 때문에 50나노미터 두께의 ‘질화 실리콘 막’이나 탄소 원자 하나 두께의 ‘그래핀’으로 액체를 감싸 내부 물질을 분석하는 기법을 썼다.

하지만 질화 실리콘 막의 두께는 관찰대상을 가려 해상도가 높은 이미지를 얻기 어려웠다. 그래핀을 사용하면 액체를 가두는 부분의 모양과 위치, 크기도 달라져 물질을 관찰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액체 캡슐’을 개발해 질화 실리콘 막에서 수백 나노미터 크기로 구멍을 일정하게 뚫은 뒤 단결정 그래핀을 합성해 코팅했다. 막 사이에 액체를 두고 겹쳐 액체가 구멍을 덮은 그래핀 두 막을 위아래로 부풀려 그래핀 사이에 가둬지도록 했다. 전자빔을 투과하는 액체의 두께가 기존보다 훨씬 얇아 가벼운 원소나 고분자, 바이러스를 관찰하기 좋게 만든 셈이다.

이현욱 교수는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충·방전을 할 때 실리콘 음극에서는 부피 팽창과 파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냈기 때문에 앞으로 실리콘 음극의 거동과 파괴를 줄일 방법 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현미경 기법도 배터리 물질 개발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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