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 딱지’로 유명한 세계 최대의 클래식 음반사인 DG를 통해 데뷔 앨범을 발매한 소프라노 박혜상은 지난 10일 서울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 한국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한국 가곡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혜상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이어 DG 본사와 전속계약을 맺은 두 번째 한국인이다. 서울대 성악과와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한 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세계 주요 오페라 하우스와 콘서트홀 무대에서 활약하며 차세대 디바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서정주 시에 김주원이 작곡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와 나운영 작곡의 ‘시편 23편’ 등 한국 가곡 2곡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DG 앨범에 한국 곡이 담긴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박혜상은 “DG 데뷔 앨범이기에 틀에 박힌 레퍼토리로 가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10번 이상 레퍼토리를 고민한 끝에 가장 나다운 것, 나만의 ‘자유로운 영혼’(free spirit)을 전달하려면 한국 가곡만한 것이 없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앨범에 수록한 노래 중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는 그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곡이다. 박혜상은 “학창 시절 출전했던 한 대회에서 김주원 씨가 이 곡으로 작곡 부문 상을 수상했다”면서 “노래를 듣자마자 금세 사랑에 빠졌다”며 웃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앨범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애초 독일 베를린에서 녹음하려 했지만, 오케스트라가 모일 수 없다는 방역 수칙이 나와 일정이 전면 취소됐던 것. 결국 DG 측이 1개월여 발품을 팔아 오스트리아 빈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앨범 작업에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교향악단 중 하나인 빈 교향악단과 지휘자 베르트랑 드 빌리가 참여했다.
올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돈 조반니’와 ‘헨젤과 그레텔’ 등에서 주역 데뷔를 앞뒀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무대에 서지 못한 박혜상은 집에서 언어와 미술 교습을 받고, 위대한 작곡가의 책을 읽는 등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공연 취소가 속상했지만, 이제는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감사하게 여긴다”고 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아직 어색하고 부담스럽다는 박혜상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왜 나일까?’를 고민했는데, 그것이 나여야 한다면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조수미 선배 등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더 노력해서 한국의 성악가 후배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혜상은 오는 14일 경기 군포문화예술회관,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음반 발매를 기념해 리사이틀을 연다. 다음 달 4~5일에는 첼리스트 홍진호, 테너 존노 등과 함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스타즈 온 스테이지 2020: 투나잇’ 무대에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