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문한 경북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 내 이차전지 소재기업 ‘에코프로GEM’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실증 공장 건설이 한창이었다. 이 공장에서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배터리를 해체해 원료를 추출, 배터리 소재인 전구체로 재합성한다. 관련 규정이 없어 사업진출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정부가 지난 7월 경북을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면서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김수연 에코프로GEM 대표는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고민하던 중 경북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사업 참여를 결정하고 대규모 설비투자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구 지정 이후 포항 지역 산단에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산업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입주가 줄을 잇는다. 경북테크노파크 관계자는 “특구 지정 이후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영일만·블루밸리 산단은 현재 100%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배터리 산업 요충지로 주목받으면서 침체한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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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전국 광역시·도에 21개 특구가 지정됐다. 출범 1년여 만에 특구에는 총 3169억원 투자가 몰렸다. 특구 참여 기업이 벤처캐피탈(VC)로부터 받은 투자 규모는 400억원을 웃돈다.
울산 수소그린모빌리티 특구에 참여하는 친환경선박기업 ‘빈센’은 연내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소형선박 개발을 마치고 울산 태화강에서 운항에 돌입한다. 울산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어 사업화가 어려웠던 수소연료선박 제조·운항이 가능하다. 이칠환 빈센 대표는 “수소연료선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 혁신 ‘테스트베드’를 넘어 신산업 육성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후관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지역 단위로만 규제 특례를 부여하다 보니 다른 지역 자원 활용이 막히고 거점 산업과의 연계성도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수도권을 포함한 여러 지역이 가진 자원과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