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로 들어가자 검은색 터틀넥 소매를 반쯤 걷어붙이고 회색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은 잡스가 앉아 있었다. 코시엔다는 침착하게 아이패드에 탑재할 키보드 두 가지를 설명했다. 잡스는 자세히 키보드를 살피곤 코시엔다에게 되물었다. “둘 중 어떤 걸 택해야 합니까?” 명확하지만 짧은 질문에 코시엔다 역시 또렷이 “직접 사용한 결과 큰 키 레이아웃이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잡스는 이내 최종 판결을 내렸다. “좋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잡스의 한 마디에 아이패드 키보드는 결정이 났다. 코시엔다는 애플에서 데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데모는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로 전환하는 중요한 도구였다. 잡스는 애플에서 흥미로운 새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데모 회의에 참석했다. 그의 관심은 애플 소프트웨어 팀에 원동력이 됐고, 끊임없이 팀원끼리도 데모를 만들게 했다.
소프트웨어가 놀라운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시대를 앞서나가며 애플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것은 스티브 잡스가 이끌던 애플의 황금기부터 시작됐다. 책은 애플의 초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켄 코시엔다가 잡스와 함께한 개발 과정을 전한다.
책은 영감, 협력, 결단력 등 애플 소프트웨어의 성공에 기여한 일곱 가지 핵심 요소를 말한다. 그러면서도 애플에는 요소를 서면화한 매뉴얼은 절대 없었다고 강조한다. 다만 애플의 접근 방식은 업무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잡스는 어떻게 직원들이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더 잘 만들 수 있도록 이끌었는지 사례와 함께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