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보는 증시]이브 온라인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김무연 기자I 2019.11.16 09:00:00

이브 온라인, 한글화 버전 선보여... 국내 진출 본격화
2003년 만들어진 장수 게임, 게임 내 인플레이션 없어
CCP게임즈 모회사 펄어비스, 주가에 긍정적 영향

이브 온라인 게임 플레이 영상 캡쳐(출처=이브 온라인 유튜브)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 미국 제24대 대통령 빌 클린턴이 1992년 대선에서 조지 H. W. 부시와 맞붙을 때 내건 슬로건이다.

소련과 대립하던 냉전을 끝내고 이제 경제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는 클린턴의 말은 단숨에 미국 국민의 맘을 사로잡았다. 이념도 중요하지만 국가 시스템을 돌리는 경제의 안정화를 국민은 원했던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스토리, 눈이 부신 그래픽, 손맛이 살아 있는 타격감, 단순하고 간편한 조작 시스템 등 유저들이 중요시하는 게임 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게임 자체가 오래도록 지속하려면 결국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게임 화폐의 가치가 없어져 고급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팔 수밖에 없게 되면 게임 내 콘텐츠를 이용해 게임 화폐를 벌 요인은 줄어들게 된다. 결국 관련 콘텐츠는 무용지물이 되며 게임 내에 설계된 아이템과 콘텐츠, 게임 화폐들의 관계성이 무너진다.

게임 내 강자는 “누가 더 많이 현금을 지녔느냐”로 귀결되니 수많은 콘텐츠는 의미를 잃게 되고 대규모 고과금 유저를 제외한 유저들은 살아남기 어려워져 결국 게임 유저의 이탈이 가속화돼 소위 ‘망겜’이 된다. 리니지 등 특이 케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MMORPG가 이와 같은 수순을 겪었다.

그러나 CCP게임즈의 ‘이브 온라인’은 이러한 경제 붕괴를 극복해 냈다. 아이슬란드 게임사인 CCP게임즈가 2003년 개발한 이브 온라인은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안정저으로 게임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브 온라인은 전쟁, 무역, 자원채취, 아이템 생산 등을 통해 자신의 우주선 함대를 강하게 키워가는 게임이다.

직업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스킬도 없어 자유도가 높고 캐릭터의 레벨이 아닌 스킬의 레벨에 따라 강함이 결정되는 독특한 게임 시스템으로 게임 유저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높다.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의 한 서버에서 모여 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수천 명의 유저들이 게임 내 한 장소에 모여 전쟁을 벌이는 것도 가능하다.

이브 온라인은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철저하게 관리하기로 유명하다. 이브 온라인 팀에는 ‘이 경제’ 관리 부서가 존재하며 실제로 경제학자도 포함돼 게임 내 물가와 자금 흐름을 추적한다. NPC를 격파하면 화폐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 상 NPC의 숫자로 유동성을 조절한다. 여기에 현금 거래도 엄격히 금하고 있으며, 거래마다 수수료를 징수해 지속적으로 화폐를 줄여 인플레이션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CCP게임즈는 지난 14일 부산 벡스코를 찾아 이브 온라인 한글 버전을 공개했다. 지금껏 스팀 등의 경로를 통해 한국 유저들도 이브 온라인을 즐길 수 있었지만 영어라는 언어 장벽으로 접근성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CCP게임즈 이번 한글화를 통해 게임 강국인 한국 시장의 유저들을 전면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브 온라인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로 ‘검은 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263750)의 반등도 기대된다는 평가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CCP게임즈의 지분 100%를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브온라인은 혼자서 자신의 목표를 설정해 중장기적인 시점에서 진행해야 하므로 비교적 목표(레벨업이나 장비 장착)가 명확하고 빠른 진행을 원하는 한국 유저들의 성향 차이가 있어 이브 온라인 자체로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이브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여러 게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CCP게임즈의 이브온라인 IP 기반 이브 에코스(퍼블리셔 넷이즈)가 오는 12월 중 오픈베타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 IP 다변화 본격화되면서 실적이 성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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