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배치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그는 지난 2006년 전시작전통제권 관련 연설에서 미 2사단 후방 배치와 감군 동의는 심리적 의존에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국방력을 비교하면 미 2사단을 후방에 배치해도 안보에 문제 없다며 ‘인계철선’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습니다. 미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하면서 미군의 휴전선 인계철선 개념이 약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인계철선’이라는 말은 크레모아 등과 같은 폭발물과 연결돼 건드리면 자동으로 폭발하도록 유도하는 철선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안보 용어로 주한 미 2사단을 지칭하던 말로 사용됐습니다. 북한군의 주요 예상 남침로인 한강 이북 중서부 전선에 미 2사단 병력이 집중 배치돼 북한의 공격이 있으면 미군의 자동개입이 보장될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안보 위협에 ‘자동 개입’이 아닌 ‘헌법상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미군의 한강 이북 주둔은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
1945년 패전한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해 미 육군 24군단이 한국에 진주하면서 미군의 한국 주둔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6.25 전쟁 휴전과 미 대외정책 변화 등으로 주한미군의 규모는 수차례 변경되고 배치 지역도 바뀌었습니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과 더불어 한미 양국은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군의 주도적 역할을 점차 지원적 역할로 전환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1991년 3월 미군 장성이 맡아왔던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를 한국군 장성이 담당하게 됐습니다. 또 그 해 10월 1일부로 미 제2사단이 담당하던 판문점지역 내 군사정전위 본부구역 유엔군 측 ‘을’구역의 경계 책임과 GP(경계초소) 2개소 중 1개소가 한국군으로 넘어왔습니다. 1992년 말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미국 경계병력 100명을 한국군이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미 양국은 서울 북방의 야전군사령부로서 한국 서부 방어 임무를 담당해 온 한미연합야전군사령부(CFA)를 1992년 7월 1일부로 해체했습니다. 한미야전사는 닉슨 독트린에 따라 미 제7사단이 한국에서 철수하자 미 제2사단과 7사단을 지휘하고 있던 미 제1군단의 해체 필요성에 따라 창설된 것입니다. 한국은 당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 제1군단의 존속과 한국 주둔을 강력히 희망했기 때문에 미 제1군단을 한미 혼성군단으로 개편하기로 한 것입니다.
한미 제1군단이 우리 군 1·5·6군단과 미 2사당 등 13개 한미군 사단을 작전통제하는 야전군사령부 기능을 함에 따라 야전군사령부로 승격됐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구상(EASI)에 따라 한미 양국은 이를 해체하고 임무와 지휘권을 한국군 제3군사령부로 이양한 것입니다. 이후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도 한국군으로 전환됐습니다.
◇1970년대부터 ‘인계철선’ 개념 약화
이는 미 2사단의 후방 배치 이전인 1970년대 부터 사실상 주한미군 인계철선 개념은 약화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971년 3월 동두천에 주둔해온 미 7사단과 3개 공군 비행대대가 철수함으로써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 배치됐던 미 2사단이 동두천과 의정부 등 후방으로 이동배치 됐습니다. 이에 따라 155마일 휴전선 방어 임무가 한국군에 완전히 이양된 것입니다.
특히 냉전체제 와해 이후 1990년대 말부터 한미는 주한미군 기지의 통·폐합과 공여지 반환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전국에 산재한 미군기지와 훈련장의 통·폐합을 통해 미군의 효율적 부대관리를 도모하고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해결하려는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전국에 91개 구역에 산재된 주한미군 공여부지를 2개 권역, 16개 기지, 49개 구역으로 재배치하기로 한 것입니다.
한강 이북 지역에 남아 있는 주한미군은 판문점 JSA 경비대대와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로드리게스 훈련장, 경기도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 있는 210화력여단 정도입니다. 이중 210화력여단의 경우 한국군이 충분한 포병전력을 갖게 됐다고 판단될 경우 역시 평택기지로 이전할 예정입니다.
◇“인계철선은 이미 낡은 개념”
미 2사단 후방 배치 결정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인계철선’ 후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미 국방장관이 이달 초 회담에서 서울 용산에 위치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령부(이하 연합사)를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키로 합의한데 따른 것입니다. 이전 송영무 국방장관 시절 당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연합사를 국방부 영내로 이전키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는데 이를 전면 수정한 것입니다.
미군 측은 이전할 후보지로 거론되는 국방부 영내의 합동참모본부 청사와 합참 산하 전쟁모의센터(JWSC), 국방부 시설본부와 국방부 근무지원단 건물 등에 연합사 병력을 분산 수용하는게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새로운 C4I(전술지휘자동화) 체계 구축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전언입니다. 특히 연합사를 국방부 영내로 이전하면 미군 참모와 그 가족들이 거주할 숙소를 서울 시내에 마련해야 하는데, 이 비용 문제도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
국방부는 연합사 평택 이전이 인계철선 후퇴라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습니다. 첨단 지휘통신체계의 발달과 작전 개념의 변화로 인계철선은 이미 낡은 개념이며, 주한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더라도 전력상 공백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북한 특수부대의 후방 침투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수도권과 서울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후방의 동시 전장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계철선 개념은 의미가 없어진게 사실입니다.
단, 연합사 이전 계획 변경에 대한 국방부의 설명은 아쉽습니다. 작전 효율성과 연합사 임무 수행 여건, 이전 시기와 비용, 용산기지 이전 여건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획을 변경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당초 연합사를 국방부 영내로 이전키로 합의했을 때는 이같은 사항을 고려 안했다는 얘기처럼 들리는 대목입니다. 왜 갑자기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