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건설이슈]일시적 반등? 과열 시작?… 기로에 놓인 서울 주택시장

김기덕 기자I 2018.08.04 09:00:00

8·2 대책 1년 맞은 시점에 서울 주택시장 다시 ‘들썩’
박원순 시장 발언 후 여의도·용산 등 급등… 강남권도 반등
국토부, 투기지구 추가 지정·대형개발 지연 등 구두 경고
주택시장 양극화 심화 속 국토부 규제 시점·강도 등 고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8·2 부동산 대책’ 1주년을 맞은 지난 2일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추가 규제를 내 놓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정부와 시장 간 ‘집값 전쟁 2차 라운드’에 본격 돌입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 상황입니다.

잠잠하던 집값이 최근 뛰는 이유는 뭘까요?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습니다.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 시행과 6월 보유세 개편안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이제 나올 규제는 다 나왔다”고 해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슬슬 매기가 붙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일대를 대규모로 개발한다는 발언이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매수 심리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입니다.

7월 마지막 주(7월 30일 기준) 서울 자치구 아파트값 변동률.(한국감정원 제공)


실제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와 용산은 아파트값은 7월 마지막 주 각각 0.28%, 0.27%로 전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오르며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또 지난 4월 이후 15주 연속 내렸던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저가 매물이 거래되면서 0.1~0.2%대 상승률을 기록, 최근 3주 연속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정부의 유력한 추가 대책으로는 서울에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입니다. 이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지만 투기 지역으로 묶이면 가구당 주택담보대출 1건 제한, 양도세 10%포인트 가산 등 보다 강력한 대출, 세제 조치가 가해집니다. 현재 서울에서는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노원·강서·영등포·양천구 등 11개 지역만 투기 지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추가로 올 들어 집값 상승이 가파른 은평, 서대문, 동작구 등이 지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메머드급 개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력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는데요. 이는 김현민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박 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에 대해 “(여의도·용산 개발은)협의 없이는 진행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못을 박으며 날을 세운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여집니다. 지난 3일에도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시청에서 연 첫 정책협의체에서 주택시장 안정 등에 대해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손병석 국토부 1차관과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최근 들썩거리는 서울 주택시장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 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앞으로 이 협의체는 시장관리협의체로 이름을 바꿔 정례적으로 만나 주택시장 안정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간 첫 정책협의체 회의에서 손병석 국토부 1차관(왼쪽)과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직은 서울 주택시장이 완벽히 턴어라운드 해 본격적인 상승장세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성장 경기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DSR) 도입 확대, 보유세 시행 등 남아 있는 변수도 적지 않아 주택시장 심리도 여전히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과 지방 주택시장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쉽사리 추가 규제를 내 놓지 못하는 요인입니다. 서울 주택시장 규제 파급 효과가 되레 미분양과 주택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지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지속된다면 집값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정부로서는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향후 정부가 주택시장에 내 놓을 규제 시점과 강도, 대상 지역 등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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