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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에서 회사채는 핵심적인 기업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조달할 수 있고, 주식 발행과 비교해 경영권의 안정적인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연초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 자료를 보면 공모를 통한 기업의 회사채 발행실적은 144조 238억원으로 전년도 109조 8579억원과 비교해 34조 1659억원(31.1%) 증가했다. 무보증 일반회사채 발행 규모는 32조 1468억원으로 전년 24조 3516억원 대비 7조 7952억원(32%) 늘어났다. 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 본격화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10조 3572억원으로 전년도 10조 2575억원 대비 997억원(1%) 증가에 그쳤다.
국내 자본시장의 특징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위주의 간접금융으로,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중심으로 한 직접금융으로의 자금조달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일수록 금융기관의 사전심사와 사후감시체계에서 자유로운 자금조달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 노력 및 정부의 중소기업지원강화 등의 영향으로 간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3월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 796조 217억원 중 중소기업 비중이 81%에 달했다.
회사채 시장 활성화는 기업의 자금조달수단을 다양화하고 금융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경제 전반으로 보더라도 장기적인 투자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원활하게 해야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 “기관의 고수익 채권 인식 변화·기초자산 저변 확대해야”
27회 SRE에 참여한 시장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 활성화 방안을 묻는 질문(2개 복수응답)에 유효응답자 188명 중 101명이 ‘연기금 투자기준 완화’라고 답했다. 현재 연기금은 대부분 ‘BBB+’급 이상의 회사채에 투자하도록 내부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AA’급 회사채에만 투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기관 투자자의 회사채 투자기준 보수화에 따라 A등급 이상의 우량 기업만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장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외국 연기금의 경우 운용자산의 일정 비율을 고수익채권에 운용할 수 있는 자산배분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고수익채권에 전문성이 높은 핌코나 블랙록과 같은 자산운용사가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고수익 채권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설문 참여자들은 또 ‘보증채, 담보채 등 신용위험을 덜 수 있는 채권 확대’(62명)에도 많은 표를 던졌다. 저신용등급 회사채 발행규모 확대를 위해선 보증채, 담보채와 같은 신용위험을 통제하는 채권을 도입하거나 Primary CDO(부채담보부증권)의 활성화 추진 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이일드채권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재도입(59명)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비우량채를 일정비율 이상 편입한 회사채 펀드에 대해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도입했으나 지난해 말 일몰(폐지)됐다.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세제 혜택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설문 참여자들은 이 밖에도 △IPO 기업 등급 의무화 등을 통한 기초자산 저변 확대(52명) △초대형 IB에 대한 발행어음 업무 인가(49명) 등을 회사채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꼽았다.
한 SRE 자문위원은 “모든 상장사 또는 신규 상장(IPO) 기업의 신용도 평가를 의무화한다면 주식 투자자에게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채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질 것”이라며 “기초자산 및 등급 평가 대상의 확대는 결국 하이일드채권 활성화와도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채 시장에서의 라이징 스타(성장 유망 기업) 발굴과 은행 대출에만 쏠린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회사채 시장으로 끌어와야 회사채 시장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