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식, 집먼지진드기가 가장 큰 원인
천식의 원인 물질로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포자, 동물비듬 등의 흡입성 물질이다. 이중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알레르겐은 집먼지진드기다.
기관지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금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항원성이 규명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20년 사이의 일이다. 집먼지진드기는 습기가 많고 기온이 따뜻한 실내의 집먼지 속에 있으며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지는 인설(비듬)을 먹고 서식한다. 집먼지진드기의 농도가 먼지 1g당 100마리 이상이면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집먼지진드기는 침대 매트리스, 양탄자, 천으로 된 소파, 옷, 이부자리 및 자동차 시트 등에 많이 존재한다.
◇집먼지에 다양한 항원물질 포함
과거 우리나라의 겨울은 비교적 길고 건조하며 또 대부분의 방 구조가 온돌로 되어 있어서 진드기의 번식에는 부적합할 것으로 생각됐었다. 하지만 주택의 형태가 난방이 잘되는 아파트로 변화하고 또 두꺼운 이부자리와 침대 사용이 증가하는 등 주거환경의 변화로 집먼지진드기에의 노출은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집먼지 속에는 집먼지진드기 뿐만 아니라 동물비듬이나 털에서부터 나오는 여러 단백물질들이 존재하는데 특히 고양이 털(또는 비듬)은 고양이를 키우는 집안 환경뿐만 아니라 키우지 않는 환경, 이를테면 학교나 직장의 실내먼지에서도 발견되기도 한다. 또한 부엌먼지에는 바퀴벌레의 배설물이나 죽고 난 잔해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여러 물질들에 의해 오염이 되어있는데 대략 1g의 부엌먼지 중에는 10mg 정도의 바퀴벌레 항원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원인 항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
기관지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원인 항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 항원이 집먼지진드기인지 꽃가루나 곰팡이 포자, 동물비듬인지 확인해 원인 항원을 피하는 것을 환경요법이라고 한다. 원인 항원이 꽃가루인 경우에는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가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동물이 원인인 경우에는 키우는 동물을 다른 집으로 보내거나 해서 환경에서부터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에 주의할 점은 동물을 치워도 실내에 남아있는 동물 비듬 항원은 수개월 이상 지속되므로 집먼지의 주요 원천이 되는 카펫이나 천소파 등의 가구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 항원인 집먼지진드기의 경우에는 회피가 쉽지 않다. 집먼지진드기의 서식을 억제하기 위해서 기온이 아주 낮은 북극이나 습기가 전혀 건조한 사막으로 이사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베개나 이불 등의 침구를 없애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강남 차병원 호흡기내과 김신태 교수는 “공기청정기를 들여놓고 특수한 천으로 침구를 포장하고, 집먼지의 원천이 되는 카펫이나 천소파를 치우는 등의 방법으로 농도를 어느 정도 낮추어 성과를 보기는 하지만 환경요법만으로는 알레르기 질환을 충분히 조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기 진단에 의한 치료가 주요
알레르겐을 100% 회피한다해도 반드시 천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천식 환자들은 반드시 원인 항원에 의해서가 아니더라도 담배연기, 운동시의 과호흡, 기타 약물이나 기도 자극물질 등에 의해 천식발작이 유발되곤 하며, 감기 등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서도 천식 증상의 악화를 경험하곤 한다. 이 때문에 약물치료나 면역요법을 병행하게 된다.
특히 소량의 원인 항원을 소량씩 피하주사 또는 설하투여로 반복 시행해 원인 알레르겐에 대한 감수성을 약화시켜 증상의 호전을 유도하는 ‘면역요법’은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알레르기 질환을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방법이다.
천식과 비염은 일찍 진단해 잘 치료하고 관리하면 완치나 다름없이 조절할 수 있다. 일부 직업성 천식의 경우 항원 노출에의 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원인을 일찍 진단하여 회피하고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면 천식이 완전히 없어지기도 한다.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알레르기 질환 의심 해봐야
기관지 천식은 호흡곤란이나 천명음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진단이 어렵지 않으나 호흡곤란이나 천명의 증상은 없고 단지 마른 기침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가슴이 답답하거나 흉부 압박감을 호소하는 경우, 목구멍에 가래가 걸려 있는 것 같은 증상만을 호소하는 경우와 같이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또한 이런 증상이 특정 계절이나 특정 환경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만 나타나기도 해서 심한 천식임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진단이 되기도 한다. 김신태 교수는 “먼지가 많은 곳에 갔을 때 발작적인 기침이나 호흡곤란, 혹은 콧물 재채기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잦은 감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2주 이상 가는 기침 증상으로 고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기관지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경우 원인 물질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이들 질환의 악화를 막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