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후보들이 발표한 공약에는 연간 수조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되는 공약이 적지 않다. 논란이 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밝힌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이다. 문 전 대표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와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개를 창출해 총 131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文 “81만개 공공일자리” Vs “세금부담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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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론은 만만치 않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81만개 일자리는 민간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던 인력을 공무원이나 준공무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지만 나머지 국민들은 세금을 더 내거나 다른 데 쓸 세금을 줄여 이 행운아들의 임금과 연금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102만명(2015년 12월 정원 기준) 공무원이 늘어나면 줄이는 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 이후에도 재원 부담이 불어날 수 있다.
최소한의 기본생활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기본소득제도 재원 문제가 뒤따른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30~64세를 제외한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의 소득을 지급하겠다며 이 공약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중앙정부 재정의 7~8% 감축, 440개 기업의 법인세율 8% 포인트 인상, 10억원 초과 소득자(6000명)의 최고세율 10% 포인트 인상 등을 재원으로 밝혔다.
하지만 후유증이 우려된다. 현행 재정을 감축하면 복지 사각지대가 늘어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부 법인세를 올린다고 세수가 충분할지 의문”이라며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 등을 올리는 만큼 경기가 침체돼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 수당을 지급해 출산을 늘리자는 아동수당 공약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만 6세 이하 월 10만~30만원), 이재명(유아·아동·청소년에게 연간 100만원), 유승민(초·중·고교생 월 10만원), 손학규(만 6~12세 월 30만원) 등이 밝힌 공약을 시행하려면 많게는 연간 9조원 이상 재원이 필요하다.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 예산 80조원이 투입됐는데도 지난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40만6300명)였다. 이에 따라 “보육환경은 제자리걸음인데 수당을 지급한다고 출산이 늘어나겠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증세 없는 복지? 담뱃세·주세·유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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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 정부에서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지만 매년 간접세는 꾸준히 늘어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뱃세는 2014년 7조원, 2015년 10조5000억원, 2016년 12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주세도 2013년 2조9781억원, 2014년 3조927억원, 2015년 3조2270억원으로 증가했다.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개별소비세+교육세+주행세)도 같은 기간 23조원, 24조6000억원, 26조1000억원으로 잇따라 올랐다. 이에 따라 “복지 늘리겠다더니 서민 증세했다”는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선심성 장밋빛 복지공약이 조세 불신만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이 조세 구조개혁과 재정지출 구조조정 방안을 가지고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정치권에서 검증 없는 주장이 나오면서 두드리기만 하면 재정이 확보되는 듯한 도깨비 방망이 효과를 낳았고 진지한 세금 논의는 어려워졌다”며 “세금을 거두는 과정에서 조세 정의를 세우고 거둔 세금을 복지에 제대로 쓰면서 지출 불신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