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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코리아]재정 대책 없이 돈 쓰는 대선 공약만

최훈길 기자I 2017.03.29 06:00:00

文, 일자리 81만개..21조 필요
결국 간접세 올려 ''조세 불신'' 우려
"세입·세출 고려한 재원 대책 짜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현실적인 재원 조달 방식에는 함구한 채 일자리를 최대 200만개까지 늘리고 100만원 이상 소득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던 5년 전 상황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선거용 선심성 공약의 유혹을 끊고 재원 대책부터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발표한 공약에는 연간 수조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되는 공약이 적지 않다. 논란이 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밝힌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이다. 문 전 대표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와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개를 창출해 총 131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文 “81만개 공공일자리” Vs “세금부담 늘 것”

대규모 재정 투입 예상되는 공약. (출처=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 종합)
문제는 81만개 공공 일자리 창출 재원이다.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 ‘국민성장’의 일자리추진단장인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참여사회연구소 주최 포럼에서 “기존 정부 예산을 효율적으로 지출해 추가적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재원 21조원 이상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4대강 사업 예산(약 22조원) 등 불필요한 토목 예산을 없애고 기존 고용 예산을 조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문 캠프 측 입장이다.

하지만 반론은 만만치 않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81만개 일자리는 민간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던 인력을 공무원이나 준공무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지만 나머지 국민들은 세금을 더 내거나 다른 데 쓸 세금을 줄여 이 행운아들의 임금과 연금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102만명(2015년 12월 정원 기준) 공무원이 늘어나면 줄이는 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 이후에도 재원 부담이 불어날 수 있다.

최소한의 기본생활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기본소득제도 재원 문제가 뒤따른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30~64세를 제외한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의 소득을 지급하겠다며 이 공약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중앙정부 재정의 7~8% 감축, 440개 기업의 법인세율 8% 포인트 인상, 10억원 초과 소득자(6000명)의 최고세율 10% 포인트 인상 등을 재원으로 밝혔다.

하지만 후유증이 우려된다. 현행 재정을 감축하면 복지 사각지대가 늘어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부 법인세를 올린다고 세수가 충분할지 의문”이라며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 등을 올리는 만큼 경기가 침체돼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 수당을 지급해 출산을 늘리자는 아동수당 공약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만 6세 이하 월 10만~30만원), 이재명(유아·아동·청소년에게 연간 100만원), 유승민(초·중·고교생 월 10만원), 손학규(만 6~12세 월 30만원) 등이 밝힌 공약을 시행하려면 많게는 연간 9조원 이상 재원이 필요하다.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 예산 80조원이 투입됐는데도 지난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40만6300명)였다. 이에 따라 “보육환경은 제자리걸음인데 수당을 지급한다고 출산이 늘어나겠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증세 없는 복지? 담뱃세·주세·유류세↑

2015년 1월부터 담뱃값이 오르고 반출량도 늘면서 지난해 담뱃세가 12조원을 돌파했다. (자료=기획재정부)
이외에도 안희정 충남지사의 기초노령연금 인상 공약은 연금을 언제까지 얼마만큼 올릴지 구체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발표한 지원책은 중소기업 임금을 대기업 80%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난제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인데 정치인들이 복지 공약을 발표하면서 세금 얘기는 쏙 빼놓고 있다”며 “이 결과 복지는 찔끔 늘고 이를 충당하는 간접세는 계속 늘어나 서민들만 고단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 정부에서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지만 매년 간접세는 꾸준히 늘어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뱃세는 2014년 7조원, 2015년 10조5000억원, 2016년 12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주세도 2013년 2조9781억원, 2014년 3조927억원, 2015년 3조2270억원으로 증가했다.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개별소비세+교육세+주행세)도 같은 기간 23조원, 24조6000억원, 26조1000억원으로 잇따라 올랐다. 이에 따라 “복지 늘리겠다더니 서민 증세했다”는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선심성 장밋빛 복지공약이 조세 불신만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이 조세 구조개혁과 재정지출 구조조정 방안을 가지고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정치권에서 검증 없는 주장이 나오면서 두드리기만 하면 재정이 확보되는 듯한 도깨비 방망이 효과를 낳았고 진지한 세금 논의는 어려워졌다”며 “세금을 거두는 과정에서 조세 정의를 세우고 거둔 세금을 복지에 제대로 쓰면서 지출 불신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19대 대통령 -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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