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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허진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3일 “가계부채 문제는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가계부문 차주 분포나 금융자산 보유 현황,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당장 위기로 갈 만큼 위험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은에서 금융안정을 담당하는 허진호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안정회의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처음으로 금융안정회의를 열었다. 이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본회의를 연 12회에서 8회로 축소하면서 3·6·9·12월에 대체된 회의다.
허 부총재보는 “이번 회의는 금통위가 유의해야 할 금융상황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며 “(한은 금통위는) 앞으로 실물경제 변화, 대외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긴 시계에서 기준금리 방향을 어떻게 끌고 갈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허진호 부총재보 등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달 금통위 본회의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 가운데 한명이 시중금리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한은에서는 경제 회복세가 미약해 금리 상승 압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번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한 이후 평가가 달라졌나.
△(황인선 자본시장부장) 지난달 의사록에 발표된 것은 최근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이 다소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미약한 경기 회복세, 견조한 채권 수요 등에 힘입어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장 기대를 보고한 내용이다.
국내 장기 시장금리는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대내적으로는 통화정책 기조나 채권 수급 등에 각각 영향 받는다. 대외적으로는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모습이지만 대내적으로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비춰볼 때 금리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인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향후 장기 시장금리 향방은 대내외 요인의 불확실성으로 예단하기 어렵다. 한은은 시장금리 방향을 지금 판단하기보다 향후 대내외 요인 움직임에 따르면 국내 장기 시장금리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서정민 국제총괄팀장)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흑자 지속, 높은 외환보유액 등으로 기초 경제 여건과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우리나라로 자본 들어오는 추세가 지속된다.
-비(非)은행권 가운데 일부 증권사나 보험사의 환리스크가 확대된다. 이들 리스크가 전반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나.
△(최낙균 금융시스템분석부장) 미국의 금리 인상이 벌써 세번 있었다. 금리 관련 보유자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권이 카드사와 증권사 보험사 등이다.
보험사는 보유한 채권이 많아 평가손실에 따른 자본적정성 저하 리스크가 있다. 카드사는 최근 카드론이 늘었는데 카드론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이 신용도나 소득 면에서 취약해 금리 상승 리스크에 노출돼있다. 증권사는 중개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려 우발채무 영업을 확대해왔다. 이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서 충격 받을 수 있다.
다만 시나리오 분석해봤지만 대다수가 문제 없었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지난해 말 480조원까지 늘었는데 대출 건전성 면에서 어떻게 보나.
△(허진호 부총재보) 자영업자 대출은 연체율 자체는 낮지만 앞으로 대출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상환능력이 취약한 계층이어서 소매·음식점업 차주를 중심으로 돈 갚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소매업과 음식점업은 생계 목적의 창업이 활발히 이뤄졌는데 사업 규모가 영세하고 창·폐업이 빈번해 안정적으로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을 소지가 있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금융감독원에서 추정한 650조원과 차이가 있다. 왜 그런가.
△(변성식 안정총괄팀장) 자영업자 분류 기준에 차이가 있다. 한은은 지금 시점에서 자영업자로 식별할 수 있는 사업자등록증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가진 가계대출로 한정하는 반면, 금감원은 과거 자영업자였던 이들까지 포함했다.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종사자 지위를 식별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금감원 수치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수치가 아니다.
(허진호 부총재보) 최근 금감원이 자영업자 전담반을 만들어 통계부터 대책 마련까지 힘쓰고 있다. 그 범주가 가급적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쪽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상호금융 부문의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데 부실 위험은 크지 않나.
△(신호순 금융안정국장) 일반적으로 제2 금융권으로 가는 차주는 은행권보다 신용도나 소득 수준에서 취약하다. 최근 상호금융에서의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증가세를 보였다. 금리가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최근 금융부문이 과도하게 팽창하면서 실물 회복보다 금융이 더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런 괴리를 금융 리스크로 고려하고 있나.
△(허진호 부총재보) 여러 금통위원이 금융과 실물의 괴리에 대해 추후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집중 점검해볼 필요 있다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