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테이저건은 시범만" 부실한 대한항공 승무원 안전 교육

사진=리차드 막스 페이스북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대한항공(003490) 승무원들이 안전훈련에서 테이저건을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훈련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대한항공이 기내 난동 사건으로 테이저건 사용 조건을 완화한다고 해도 지금의 훈련형태로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매년 정기안전훈련을 실시하지만 수십명의 교육생 중 한 두 명만 시범으로 테이저건을 사용해 보고, 나머지 승무원들은 테이저건이 아닌 카트리지를 뺀 상태인 스턴건만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대한항공 한 승무원은 “테이저건을 해외에서 수입해서 쓰는데 한발 당 약 50달러(약 6만원)으로 가격이 비싸서 몇명만 시험 삼아 사용한다”며 “실제로 테이저건을 쏴본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테이저건은 방아쇠를 당기면 다트 모양 탐침 두 개가 발사되고 연결된 전기선으로 순간 전압 5만 볼트 전류가 흐른다. 최대 사거리는 5~6ｍ로 사람 옷이나 몸에 맞으면 인체에 흐르는 전자파장을 교란시켜 근육운동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다. 카트리지를 빼면 탐침 발사와 연결된 전기선 없이 일반적인 전기충격기와 같은 스틴건으로 사용된다.

대한항공은 최근 승객 난동 사건 이후 승무원들이 모두 테이저건 사용 교육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 테이저건을 쏘아보는 경우는 드문 것이다. 승객 난동 사건 당시 유명 팝스타인 리처드 막스가 “승무원이 (테이저건) 사용법을 모르는 듯 했다”고 폭로했던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훈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실제 생황에서는 당황할 수 있는데, 한 번도 사용 해본적 없는 테이저건을 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훈련시간도 너무 짧다. 대한항공의 모든 승무원은 매년 정기안전훈련을 받는다. 정기안전훈련은 집체교육 8시간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항공보안 교육은 단 1시간이다. 여기에 기내불법행위 대응절차, 기내난동승객 제압 절차, 테이저건과 포박 및 제압술 실습 등이 포함돼 있다. 테이저건 사용 실습은 십여분도 안된다.

이런 위기 상황에 대응해 미국과 중국 등 외국항공사들은 기내에 ‘보안전문 요원’을 상시 배치한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현재로서는 보안전문 요원의 도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이 이번 기내 난동 사건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테이저건 사용 조건과 절차도 완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훈련 형태로는 사용 조건을 완화해봤자 실제 상황에서 적정하게 테이저건을 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실로 ‘안전’을 생각한다면 비용절감이 아닌 승객을 생각하는 국내 최대 항공사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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