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캐딜락은 ATS라는 카드를 손에 쥐었다. 캐딜락은 ATS를 개발하기 위해 ‘과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노력을 쏟았다. 뉘르부르크링은 물론 세계 주요 서킷 및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치며 완성도를 끌어 올렸고, GM 그룹의 차세대 기술과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 및 경량화 기술까지 ATS라는 작은 차량에 집약시켰다.
그나마 위안이라고 한다면 지난해 ATS는 전세계에서 6만 3,049대를 판매하며 2014년 대비 35.2%의 판매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캐딜락은 매년 제품의 상품성을 개선하며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8단 자동 변속기와 안전 사양을 강화하여 상품성을 개선한 2016년 모델을 선보였다.
4,645mm의 짧은 전장과 1,805mm의 전폭 그리고 스포티한 감각을 강조하는 1,425mm의 낮은 전고를 품은 ATS 세단은 시장의 절대적인 선두라 할 수 있는 BMW 3시리즈(328i)와 비교 했을 때 전장은 소폭 길지만 전폭과 전고는 아주 조금 좁고 낮게 설계되었다. 한편 ATS 세단의 휠 베이스는 2,775mm이며 공차중량은 1,585kg로 BMW 3시리즈보다 약간 무거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캐딜락 브랜드에서 가장 작은 차체 크기를 가진 ATS를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베이비 캐딜락’이다. 작은 차체에 캐딜락 고유의 감각을 더한 디자인은 경쟁 모델들 사이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좋고, 기존 모델에 식상함을 느끼던 운전자들에게 새로운 감각과 매력을 뽐내기 충분한 모습이다.
ATS의 전면 디자인은 캐딜락 고유의 감성이 담긴 프론트 그릴과 월계관을 내려놓으면서 더욱 모던하고 시크한 감성의 엠블럼이 중심을 잡고 세로형 헤드라이트가 더해진다. 여기에 도톰하게 살이 오른 프론트 펜더와 단단한 이미지의 전면 범퍼가 시각적인 균형감을 개선한다. 다만 다른 캐딜락의 저면 디자인에 비해 소형 차량의 특성을 반영한 듯 다소 부드러운 선의 표현으로 유순한 감각도 느껴진다.
측면은 단단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진 스포츠 세단의 측면 실루엣을 구현한 노력이 돋보인다. 캐빈룸을 최대한 뒤로 밀어냈고, 공기역학을 고려한 세련된 루프 라인이 더해졌다. 그리고 캐릴락 브랜드 특유의 명료한 라인과 강인한 출력이 느껴지는 10 스포크 알로이 휠, 그리고 스포크 사이로 드러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강력한 주행 성능을 예고한다.
전체적으로 캐딜락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소형 스포츠 세단에 효과적으로 담아냈다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밝힌다면 전면 디자인에 있어 프론트 그릴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과 전면과 측면의 라인 처리가 CTS나 XT5, CT6 등 다른 포지션을 담당하는 차량들과 비교 했을 때 예리함이 떨어져 캐딜락 고유의 감성이 다소 부족해 향후 FL 등을 통해 이를 개선했으면 한다.
개발 단계부터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춘 만큼 실내 공간 역시 주행 감각을 강조하고 드라이버가 주행에 집중할 수 있는 구성과 설계가 반영되었다. 실내 공간의 뼈대는 듀얼콕핏을 기반으로 좌우대칭의 대시보드와 고급스럽게 구성된 센터페시아를 확인할 수 있다. 쉐보레는 이미 차세대 듀얼 콕핏을 공개한 상황이지만 캐딜락은 1세대 듀얼콕핏을 고수하며 그 절정을 과시하는 듯 하다.
스포티한 감각과 고급스러운 느낌이 살아 있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ATS 세단은 물론 최근 캐딜락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마그네슘을 성형하고 크롬으로 마무리 코팅을 진행한 된 패들 쉬프트를 만져보면 캐딜락이 최근 자동차 개발에 얼마 만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TS는 북미 시장에서 V6 엔진과 나아가 ATS-V를 위한 V6 트윈 터보 엔진까지 포용할 수 있다. 덕분에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엔진룸 제일 안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우수한 무게 배분과 운동성 개선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2.0L 직분사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동급 최고 수준의 272마력, 40.7kg.m의 토크를 발산하며 새로운 8단 자동 변속기가 호흡을 맞춰 뒷바퀴에 출전을 전달한다. 새로운 변속기를 탑재한 ATS 세단의 공인 연비는 10.6km/L(도심 9.3 km/L 고속 12.8 km/L)로 기존 6단 모델대비 소폭 상승했으며 주행 성능 역시 개선되어 정지 상태에서 단 5.7초 만에 시속 97km/h까지 가속할 수 있다.
BLS 이후 오랜만에 마주한 캐딜락의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인 ATS는 캐딜락 특유의 날카로운 인상으로 ‘예전의 BLS와는 전혀 다른 존재’라고 과시하는 듯 했다. 단단하고 견고하게 디자인된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차량 전반에 걸친 우수한 품질을 느낄 수 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에 경쟁 모델 데뷔 고급스러운 재료는 직접 눈으로 봤을 때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역시 우수한 시트와 최적의 시트 포지션이다. 체급 대비 시트의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인데, 이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체형을 가리지 않고 최적의 착좌감과 지지력 등 뛰어난 우수성을 과시한다. 통풍 시트 기능이 빠진 것이 다소 아쉽지만 스포츠 드라이빙, 일상 주행 그리고 장거리 주행 등 어떤 상황에서도 높은 만족도로를 선사하는 동급 최고의 시트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번 2016년 형 모델에는 후방 통행 차량 감지 및 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차선 변경 경고 시스템을 추가로 탑재하여 사고 등의 위협이 발생하기 전에 경고하고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능동적인 안전’ 시스템을 마련했다. 최근 경쟁 모델들 역시 안전 사양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ATS는 가장 풍부한 사양을 자랑한다.
시트에 몸을 맡기고 시동을 걸었다. 부드러운 회전 질감과 정숙함이 느껴지는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도발적이진 않았으나 언제든 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듯 했다. 동급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자랑했던 ATS의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ATS 외에도 CTS와 뷰익 리갈, 쉐보레 올 뉴 말리부 그리고 카마로 등 다양한 차종에 적용되며 그 우수성을 과시해왔다.
하지만 6단 자동 변속기는 변속 속도나 반응이 더디고 무뎠고, 그로 인해 2.0L 트윈스트롤 터보 엔진의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2016 ATS에 새롭게 적용된 8단 자동 변속기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제원 상 8단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에 버금가는 빠른 업 쉬프트는 물론 더욱 우수한 직결감을 자랑하며, 실제로도 그 강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덕분에 2016년 ATS는 성능이 한층 개선된 느낌이다. 사실 2.0L 터보 엔진으로 272마력, 40.7kg.m의 토크를 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고, 이 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캐딜락은 새로운 변속기를 도입하면서 272마력에 이르는 출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다루는 방법을 알아냈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이진 않지만 RPM 상승에 따른 풍부한 출력이 전해진다.
수동 변속 모드를 사용할 때에는 엔진 및 변속기 보호를 위해 다운쉬프트의 가능 RPM 영역이 확실히 정해져 있는데, 여기에 익숙해진다면 업쉬프트든, 다운쉬프트든 최적의 타이밍과 매끄러운 변속으로 출력의 성과를 극대화시키는 모습이다. 특히 토크 컨버터 방식의 자동 변속기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순간적인 변속으로 인해 단절된 출력이 다시 이어지는 순간 차체가 휘청거리거나 트랙션 급변하는 경우가 없어 코너를 파고드는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스티어링 휠 뒤에 자리한 패들을 당길 수 있다.
게다가 변속기와 엔진의 합이 만들어낸 결과는 아니지만 ATS는 시종일관 정숙했다. 물론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만큼 RPM 상승에 따라 귀로도 출력을 가늠할 수 있지만 경쟁 모델에 비한다면 한층 정갈하고 담백한 편이었다. 물론 조금 더 자극적인 사운드를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날카로운 반응과 보다 과감한 사운드를 선사하는 ATS 쿠페라는 대안이 존재한다.
ATS는 파워트레인의 완벽한 합을 이뤄내며 드라이빙 퍼포먼스의 매력이 더욱 강조된다. 미국 차량이 롤링이 많아 코너 주행에 약점을 보인다는 편견이 있고, 실제 서킷을 주행하는 운전자들 역시 같은 이유로 미국 차량을 선호하지 않은 일이 많은데 적어도 이러한 논리는 캐딜락 앞에서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승차감을 전제로 한 셋업이라고 해도 캐딜락은 그 어떤 브랜드도 따라올 수 없는 견고한 차체와 서스펜션의 조합을 제공한다. 최근 승차감을 강조하며 점차 부드러운 셋업을 지향하고 있는 독일 브랜드의 선택으로 인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실제 주행에서도 그 차이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와인딩으로 대표 되는 연속 된 코너 구간에서 약간의 롤링을 허용하는 듯 하지만 노면을 확실히 붙잡고는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예리하게 잘라 들어가는 모습을 연이어 선사한다. 여기서 드라이빙 모드를 투어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시승차량(ATS 프리미엄)에 적용된 현존하는 최고의 서스펜션 시스템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본격적인 임무를 시작한다.
어쨌든, 일반 투어 모드에서는 부드러움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조금 견고한 편이네?’ 정도로 평가할 수 있었던 서스펜션에 힘이 들어간다. 실시간으로 노면의 상태와 주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1/1,000의 반응속도를 과시하며 빠르게 서스펜션의 댐핑을 조율한다. 특히 노면의 상태가 불규칙하거나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에는 MRC의 성과가 빛을 발한다.
게다가 이런 주행을 뒷받침하는 강인한 브레이크 시스템도 한 몫을 더한다. BMW 스포츠 모델을 소유하고 있는 오너들이 가진 대부분의 불만 중 하나가 ‘제동력은 좋은데 지속성이 부족하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캐딜락과 ATS는 다르다. 기본으로 장착된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은 272마력의 출력을 단번에 억제하는 제동력은 물론 아무런 세팅이나 보완 없이 서킷을 달리더라도 지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제동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내구성까지 갖췄다.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다
한편 8단 변속기의 적용과 함께 2016 ATS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역시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의 탑재다. 정차 중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막기 위해 시동을 잠시 차단했다가 발진 시 다시 시동을 걸어주는 이 기능은 이미 많은 브랜드에서 채용하고 있으며 쉐보레 브랜드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이다.
그러나 지금 이 기능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캐딜락을 통해 구현된 모습이 무척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능의 정숙성과 부드러움은 경쟁 차종에 같은 기능들을 바보로 만들 정도다. 이미 같은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CTS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으나 ATS에서도 재시동 상황에서 소음이나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끄럽게 시동이 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효율성 역시 한층 개선되었다. 사실 변수가 워낙 많은 도심 주행에서는 그 성과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정속 주행에서는 다단화된 변속기의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6단 변속기를 탑재하고 자유로를 정속 주행 했을 때에는 리터 당 15~16km 수준의 효율성을 선보였던 ATS 세단이었으나 8단 변속기를 탑재한 2016 ATS 세단은 이보다 높은 리터 당 18km 수준의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은 점: 완성도를 높인 파워트레인, 우수한 드라이빙 퍼포먼스 그리고 탁월한 안전 사양
안좋은 점: 다소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와 좁은 2열 공간
2016년 캐딜락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부흥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데뷔한 모델들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점진적인 판매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마케팅과 적극적인 브랜드 홍보 활동이 더해지고, ‘볼드 럭셔리’와 ‘드라이빙 퍼포먼스’로 대표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확실히 자리잡았다.
국내 시장에서 상황은 글로벌 시장만큼 청신호는 아니지만 앞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높은 가능성을 평가 받고 있다. 지난 120년에 가까운 역사 속에서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의 성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자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꺼내들었던 콤팩트 모델 ATS는 분명 ‘제대로 된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