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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5일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을 이한구 의원이 맡기로 확정된 바로 다음 날 나온 발언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의원은 전날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제’에 정면 도전하는 투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공관위원장으로 확정된 직후 “문제 있는 공천 신청자를 상향식 기조에 구애받지 않고 과감히 탈락시키고 우선공천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는데요. 이 말이 화근이 됐던 겁니다.
이 의원은 당내서 정통 친박계이면서 원칙주의자로 꼽힙니다. 사석에서 그를 만나 몇 마디를 나눠보면 바로 알 수 있죠. 당내 ‘경제통’으로도 불립니다. 그만큼 냉철한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보고 성과를 중시합니다. 말 한마디도 시원하게 내뱉습니다.
“현역 의원이라도 저성과자나 비인기자들의 경우 공천에서 배제돼야 한다”(4일 위원장 취임 일성)
“‘양반집 도련님’이나 ‘월급쟁이’처럼 활동하는 현역의원 등을 포함해 부적격자는 경선 과정에 참여시킬 수 없다”(11일 공관위 3차 전체회의 직후)
“경쟁력이 약해서 당 지지율에도 훨씬 못 미치면 그분은 현역이라도 문제가 있다” (11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
이 같은 발언이 ‘현역 물갈이론’으로 비화하면서 계파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또 한 번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게 됩니다. 김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룰 대로 관리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이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 드린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최고의 정치 개혁”이라며 상향식 공천제를 강조하기도 했죠.
새누리당 당규 ‘공직후보자추천규정’ 제9조 부적격 기준에 보면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한 자’나 ‘공직후보자로 추천하기 부적합자’ 등 다소 추상적이고 해석에 따라 유불리가 정해지는 규정이 있는데요. 당내 비박계에서는 이 규정이 결국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이 의원은 여기에 바로 선을 긋습니다. 그는 “(부적격 기준에서) ‘신망이 없는 자’ ‘공직자 자격이 의심스러운 자’ 등은 사전에 최대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며 “추상적이거나 철학적인 기준이 많이 들어가면 해당 사항이 있을 때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 의원이 발언 말미에 붙이는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당헌당규대로 하겠다”는 것이죠. 그가 한 발언이 상향식 공천제에 도전하는 모양새로 보이지만 당헌 103조 우선추천지역 선정, 당규 제9조 부적격 기준 등 모두 당헌당규를 토대로 한 말입니다. 당헌과 당규 자체에 이미 해석에 따라 ‘전략공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셈이죠.
그러니 당헌당규를 원칙대로 지키기도 상향식 공천제를 100% 실현하기도 어려운 모순점이 있는 겁니다. “공천룰을 누구도 손댈 수 없다”는 김 대표의 말과 “당헌당규대로 하겠다”는 이 의원의 말, 사실 같은 뜻이지만 해석에 따라 다른 말로도 들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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