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2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와 함께 장부가 3500억원 규모의 본사 사옥 매각이라는 자구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식발행한도를 늘리는 정관변경을 위해 12월 7일 임시주총을 소집하고 내년 3월말까지 증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대규모 실권을 내버려둬 자구계획이 온전히 달성되지 않는다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재무위험이 줄어들기는 커녕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한꺼번에 두 단계를 강등하면서도 등급을 더 낮출 수도 있다는 ‘하향검토’ 꼬리표를 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주인 삼성계열사들은 현 지분율대로 배정받는 신주 이외에도 대규모 실권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초과청약(배정받는 신주의 20%)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신주할인율을 높이거나 잔액인수 등 실권주를 최소화하는 증자 구조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상증자로 급한 불을 끄더라도 추가적인 해외프로젝트 원가율 조정 등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에 결정적 변수가 발생할 경우 그룹의 지원의지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자구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저하된 자본여력은 일정수준 회복되겠지만,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으로 유입되는 현금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도 부채비율은 500% 내외로 예상돼 큰 폭의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은 2013년말 실적 충격 이후 지속적으로 500% 내외를 넘나들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그룹의 지원 의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주주 구성이 주목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현 1대주주인 삼성SDI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사업적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실상 지주회사인 2대주주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인 동시에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설도 제기됐던 곳이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그룹의 지원 의지가 결국 지분구조 변화와 그 너머의 또다른 변화로 이어질지도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