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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北 선원 놓고 남북 '기싸움'

장영은 기자I 2015.07.12 10:36:07

5명 중 3명 귀순 의지 밝혀…남북 일주일째 ''핑퐁게임''
南 "인도적 차원·자율의지 존중" vs 北 "강제회유·전원송환" 팽팽하게 맞서
北, 귀순의사 밝힌 3명 인적사항·가족 면회까지 요구한 상태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최근 동해상에서 구조한 북한 선박에 타고 있던 북측 주민들의 송환 문제를 놓고 남북 정부간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4일 울릉도 인근 해상에서 구조한 5명 중 일부가 남한으로 귀순의사를 밝히면서부터 였다. 우리 정부는 귀순 의사를 밝힌 3명은 남기고 2명만 송환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전원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 송환 인원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양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간의 전례와 인도적인 차원에서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우리 정부와 주민을 모두 돌려받아야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대립하면서 팽팽한 기싸움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처음으로 우리측에서 북측에 송환 통지문을 보낸 이후 닷새 동안 남북은 각각 세차례씩 전통문을 주고 받았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돌아가겠다고 밝힌 2명을 7일과 10일에 송환하겠다고 통지했으나 북한은 이에 대한 대답 없이 전원 송환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0일에는 송환 통지문에 대한 대답 없이 남한에 귀순 의사를 밝힌 3명의 인적사항을 통보하고, 가족면회를 요구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경우 원칙적으로 북측에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판문점을 통해 보낼 수 있다”며 “(귀순 희망자의) 인적사항 통보와 가족 면회는 당사자나 그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송환 과정 길어지는 것 다소 이례적

북한의 반응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가장 최근에 비슷한 사례를 보면, 지난해 5월 31일 동해상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어선에서도 3명 중 2명은 귀순을, 1명은 북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했다. 우리 정부는 발견 이틀 후(6월 2일) 이같은 사실과 함께 1명의 송환을 통지했다. 당시에도 북한은 전원 송환을 요구하기는 했으나, 북송을 원하는 1명은 다음날인 3일 바로 송환 조치했다.

(자료: 통일부)
2005년부터 표류 어선 승선 인원 중 일부 송환 사례(왼쪽 표)를 보면 4번 중 3번이 구조 날짜를 기준으로 일주일 이내에 북으로 다시 돌아갔다. 귀순 의사를 밝힌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정부가 이들을 육지로 데려와 통상 2~3일간의 조사를 마치고 북쪽에 송환인원을 통보하는 점을 생각하면 송환 조치는 대부분 하루 이틀 만에 이뤄진 셈이다.

2011년에 구조된 지 50일만에 일부 송환이 완료된 적이 있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김정일이 집권하고 있었고, 신문조사에만 27일이 걸리면서 ‘귀순 공작’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타고 왔던 선박을 통해 해상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기상 악화와 선박 수리 때문에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 “北 공포통치 반영…남북 관계엔 큰 영향 없을 것”

선박을 이용한 탈북 혹은 표류 선박 승선 인원의 일부 귀순이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1년만에 북한의 태도가 강경하게 변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 정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 내 공포정치가 심해지고 있는 추세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잘못하면 숙청을 당하거나 충성심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북한 내부에서도 책임질 만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다 밟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고위 간부도 가벼운 실수로 숙청되는 등 공포통치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을 담당하는 북한 관계자들도 상당히 위축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북 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전원 송환을 요구하면서 위협과 신변 통보 등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대남 압박으로 보인다”면서 “북측에서도 귀순을 원하는 사람들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충분한 압박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일부는 물론 전문가들도 이번 일이 남북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관계에 단기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늘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큰 변수는 아니다”라며 다음달로 추진중인 이희호 여사 방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 등에 대해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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