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국내 주류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하이트진로가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 속에 증시에서도 통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류시장의 경쟁 심화와 더딘 재무구조 개선이 주가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는 최근 한 달간 9% 넘게 하락했다. 2만5000원대를 웃돌던 주가는 어느새 2만2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시장 기대치를 밑돈 실적이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됐다. 하이트진로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77.8% 감소한 106억원에 그쳤다. 매출액 역시 3.3% 줄어든 4092억원에 머물렀다.
맥주부문의 부진이 뼈아팠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연구원은 “지난달 ‘하이트’ 리뉴얼 제품 출시에 따른 일시적인 재고 조정 영향으로 맥주 판매량이 크게 부진했다”며 “맥주 판매 부진으로 광고선전비 지출이 대폭 증가해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당장 실적이 호전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다. 주류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입 맥주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점유율 회복이 그리 녹록지 않다. 강력한 유통망을 지닌 롯데칠성의 맥주시장 진출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소주 부문 역시 지방 소주 시장의 강자 무학이 4분기부터 수도권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해야 한다.
그나마 다음 달부터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이 시작되고 무더위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위안이 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이트진로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울러 주가 상승을 위해선 맥주 판매량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경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에 따른 물량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년 대비 이른 기온 상승에 따른 맥주 판매량 증가가 향후 실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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