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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 프리미엄 실종…'新맹모'도 못 피한 공급과잉

박종오 기자I 2014.04.15 08:14:22

인천·세종·제주 등 신흥학군 공급많아 ''끙끙''

[이데일리 박종오 강신우 기자] 인터넷 카페 ‘제주국제학교 학부모 모임’에는 이달 들어서만 국제학교 인근 집을 팔거나 임대하겠다는 게시글 6건이 올라왔다. 오는 9월부터 아파트 수백채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공급 과잉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일찌감치 보유 주택을 처분하거나 임차인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인천·세종시와 제주도 등 국제학교를 끼고 부상한 신흥 명문 학군 지역 부동산시장에서 이른바 ‘학군 프리미엄’이 시들해지고 있다. 공급 과잉 때문이다.

△최근 신흥 명문 학군으로 부상한 인천·세종시·제주도 지역 부동산시장의 학군 프리미엄이 주택 공급 과잉으로 시들해 지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의 영어교육도시 내 단독주택지 공사 현장 뒷편으로 국제학교인 KIS 제주가 보인다. (사진=박종오 기자)
14일 제주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제주 영어교육도시가 자리한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서는 최근 집값과 임대료가 함께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주 영어교육도시는 이전까지 아파트와 단독주택지 분양가에 수천만원씩 웃돈이 붙는 등 주택시장이 이례적인 활황을 누렸다. 2011년 9월부터 NLCS 제주(노스런던칼리지잇스쿨제주), KIS 제주, BHA(브랭섬홀아시아) 등 3개 학교가 문을 열었지만 주택 공급이 크게 부족했던 탓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학생 수 증가는 정체된 반면, 지난해 이 지역에서 분양한 새 아파트 1121가구가 오는 9월부터 줄줄이 입주를 시작해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따르면 현재 국제학교 3곳의 학생 수는 총 1698명(4월 기준)으로, 전체 정원 3704명의 46%에 불과하다. 이 중 726명(KIS 제주 미집계)은 학교 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반면 국제학교 인근에 공급한 주택은 캐논스빌리지1·2차 180가구와 단독주택지 217필지, 라온 프라이빗에듀 420가구, 삼정G에듀 701가구 등 1500여채를 웃돈다.

이처럼 공급 과잉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은 내림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한때 시세가 3억2000만원에 달했던 캐논스빌리지1차 전용면적 85㎡형은 지난해 11월 3억원에 실거래됐다.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에 최고 1000만원씩 붙었다는 프리미엄도 실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다. 인근 영어교육도시부동산의 유욱형 대표는 “지금은 신학기 시작 전이다 보니 집을 사겠다는 매수 문의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세가 분양가에 못 미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나왔다. 2011년 1억4340만원에 분양됐던 캐논스빌리지1차 전용 55㎡형은 지난달 1억779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B-1블록에서 분양한 캐논스타운 전용 85㎡형 역시 지난 2월 분양가(2억9500만~3억500만원)에 못 미치는 2억8500만원에 팔렸다. 작년 말 분양을 개시한 삼정G에듀(전용 59~84㎡ 701가구)는 여태 49가구(3월말 기준)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인천 송도신도시와 세종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채드윅국제학교와 신정중·해송중, 포스코 자사고 등을 끼고 있어 강남의 대체 학군으로까지 평가받던 송도동은 공급 과잉이 야기한 침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채드윅 학교 옆 송도더샵하버뷰 13단지 전용 85㎡형은 현재 집값이 3억7980만원으로, 2011년 말 대비 2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세종국제고와 과학예술영재학교 등이 들어서기로 한 세종시 역시 아파트 공급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지난 한 달간 세종시 전셋값은 0.39% 떨어져 0.23%가 오른 전국 평균 변동률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천 송도동 이인환 베스트공인 부장은 “아파트 공급 물량이 수요에 비해 워낙 많다보니 학군 프리미엄의 거품도 빠른 속도로 꺼지고 있다”며 “새로 유입되는 주거 수요가 없으면 집값은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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