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연예부 기자가 전하는 이 시대 아빠이야기

김인구 기자I 2013.05.15 08:56:45

아들아, 아빠를 닮지 마라
윤여수|248쪽|열린세상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베테랑 연예부 기자가 쓴 책이라면 적어도 이런 타이틀을 기대했다. ‘배우론-장동건’ 혹은 ‘엔터테인먼트 한류의 세계화’ 같은…. 하지만 19년차 기자인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잠시 접어두고 일상에 주목했다. 마흔다섯, 인생의 무게가 주는 사유와 경험을 지극히 평범하지만 공감 넘치는 에피소드 속에 녹여 펴냈다.

저자가 첫 번째로 다룬 소주제 ‘아빠가 무채를 먹지 않는 이유’를 보면 그가 왜 이런 이야기에 빠져들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가 초등학생이던 1970년대는 무엇 하나 풍족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또 딸보다는 아들이 먼저였다. 그도 그러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자신이 김밥 도시락으로 소풍을 갈 때, 누이는 흰밥에 무채뿐인 도시락을 싸가는 걸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누이는 나중에 동생 때문에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여상’에 가야 했다. 그 이후로 그는 무채를 보면 누이가 떠오르고 미안함을 느낀단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은 그런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로 책의 출발점이다.

‘게으름이란 이름의 불치병’에선 스스로를 한없이 낮춘다. 저자는 10여년 전 지각대장이었다며 게으르기 짝이 없다고 고백한다. 기자로서 생명인 마감시간을 지키기 위해 새벽에 출근해야 함에도 번번이 지각을 했던 초년병 시절을 떠올리며 잘못을 시인한다. 철저한 자기 반성이다.

‘당당한 루저가 되라’에서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과의 사연을 통해 루저임을 숨기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감독과 수년간 인연을 맺어오던 저자는 2006년 영화 ‘라디오 스타’를 보고 난 후 “목이 멨다”며 안부전화를 했다. 그런데 엉뚱한 이감독이 “딱 당신 영화잖아, 루저 이야기”라고 해 한동안 삐쳐있었다는 것. 하지만 나중에 자신도 루저임을 숨기지 않은 이 감독을 지켜보면서 깨달은 바가 크다고 했다. 이에 저자는 또 한 번 아들에게 충고한다. 어쩌면 너 역시 루저로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감독이 끝내 꿈을 버리지 않고 간직했듯이 너 역시 그 열망의 꿈을 언제까지라도 버리지는 말아다오라고.

담백한 문체와 소박한 에피소드에서 저자의 서민적 감성이 잘 드러난다. 딸과 아들을 둔 40대 중반의 대한민국 가장이 겪는 현실적 고민을 장식없이 잘 표현하고 있다. 절대로 ‘폼’을 잡는 법이 없다. 어찌보면 역설적인 제목도 이같은 그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지 모른다.

저자는 국내 엔터테인먼트계에 손꼽히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1995년 TV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스포츠투데이, 스포츠한국, 머니투데이의 연예부를 두루 거쳤다. 그 사이 딸과 아들의 아빠가 됐고 현재는 스포츠동아에서 연예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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