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최근 체육계에는 알게 모르게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일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체육 재정을 뒷받침하고 있는 체육진흥투표권사업과 관련된 일이다. 체육진흥투표권은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하는 국책사업으로 현재 민간기업(스포츠토토㈜)이 위탁받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체육진흥투표권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재원은 전체 체육진흥기금의 80%에 달하고, 올해 조성되는 금액만도 8천억 원을 넘어서리라고 한다.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엘리트 선수 육성, 장애인체육, 생활체육, 학교체육 발전 등을 위해 이 기금이 사용되고 있다.
화제의 초점은 최근 이러한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을 발행사업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민간기업 위탁이 아니라 직영체제로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같은 생각이라고 한다. 사업의 투명성 제고와 기금조성의 증대를 명분으로 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빌미는 현 사업자가 제공한 것 같다. 현 사업자의 전직 임원이 개인 비리를 저지른 것이 최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구속기소되면서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주무부처와 발행사업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구조 변경 문제는 ‘단체나 개인에게 위탁하여 운영하도록 한다’(국민체육진흥법 25조)는 법 위반의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지금 상황에서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첫째, 사업이 상당기간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다.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일반 복권사업과 달리 발행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인력 운영의 노하우가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만약 직영체제로 바뀐다면 발행사업자가 현 사업자의 협조 없이는 정상 발행이 불가능할 것이다. 또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승인한 현 사업자와의 계약연장을 취소하고 계약을 종료한다면 현 사업자는 각종 소송을 불사할 것이고, 이는 결국 사업의 파행 운영, 사업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체육진흥기금 조성에도 큰 차질이 올 수밖에 없고, 안 그래도 빈약한 체육 재정은 더욱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합법사업의 중단은 불법 도박시장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지금도 불법 시장 규모가 합법사업의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6배까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합법사업과 달리 아무런 규제나 제제가 없는 불법 시장이 커지면 사회적 폐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셋째, 영세 토토 판매점들의 생계 문제이다. 투표권사업의 중단은 결국 6700여 곳 토토 판매점들의 수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일 수 있지만 4인 가족 기준으로 2만7000여 명 국민의 생계가 막혀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큰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외에도 현 사업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 공기업 민영화 역행, 사업 건전성 악화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주무부처와 발행사업자도 알고 있을 수 있다. 해결책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모르고 일을 추진한다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할 것이다.
2002년 사업 부진으로 발매를 중단한 투표권 사업은 2003년 현 사업자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체육 재정을 튼튼하게 뒷받침하는 없어서는 안 될 사업으로 성장 발전시켜왔다. 주무부처와 발행사업자 또한 각종 제도와 규제를 정비하면서 이 사업이 체육계의 중추사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 10년간 조성한 체육 재원만도 2조7300억 원에 달하고, 투표권사업이 공공부문 민간위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은 이유이다.
체육진흥투표권의 사업구조변경은 굉장히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앞뒤를 돌아보고, 좌우를 살피면서 체육계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지금처럼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가 되어 한 방향으로 무섭게 질주해서는 안 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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