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업계는 연초부터 지속된 증시 침체속에 "수익원 다변화"라는 해묵은 난제를 다시 다음 기회로 미뤄놓고 말았다. 차별화를 위한 업계의 자발적인 변화의 몸부림도 수수료 수입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좌절을 맛봤다.
한해 동안 증권업계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수수료 수입이 급감하고 반영해야할 부실은 여전한 가운데 업계내 경쟁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투자비용은 현상유지 또는 확대할 필요가 커지는 반면 고객예탁금 감소, 사이버 비중 확대, 신설 증권사 급증, 대우 담보CP와 후순위채 손실, 계속된 시장조성 등이 증권사의 실적을 축내는 요인이 1년 내내 끊일 새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에서 2년여만에 순손실을 돌아서는 증권사들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인원 축소와 임금 삭감 등 자발적인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고 항간에는 상당수 증권사가 M&A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자발적이든 타율적이든 이제는 증권사별로 특화와 전문화를 위한 노력이 다시 추진돼야하는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내년 증권업계에서는 구조조정과 M&A 등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올해는 증권업계 재편이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실천으로 옮겨져야 하는 필요성을 입증한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치열해지는 영업경쟁= 증권업계가 떠안고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증시가 침체되면서 시장 규모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신설 증권사까지 가세해 브로커리지(brokerage) 위주의 영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올초 증시가 활황을 구가하는 동안 너나없이 증권사들은 기존 중개영업에 치중해 손쉬운 수익을 올리는데 치중했고 이후 증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자 신규 부문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투신사에서 전환된 증권사와 온라인증권사, 중개전문증권사(디스카운트 브로커리지) 등 신설사들이 무더기로 시장에 신규 진입하자 한정된 "파이(pie)"를 나눠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또 사이버 트레이딩의 열풍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꾸준한 증가세로 수익성을 저하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 한해동안 새로 증권업을 시작한 증권사는 모두 13개. 지난해 인가를 받은 e*트레이드를 필두로 키움닷컴 겟모어증권 등 온라인증권사, 미래에셋과 모아증권 등 오프라인 위주의 신설사, 제일투신 현대투신 대한투신 한국투신 동양오리온투신 등 전환증권사 등이 그들이다. 또 외국계 증권사의 시장 점유율도 확대일로에 있다.
증권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외국계 증권사의 시장 점유율은 10.09%로 지난 해보다 4%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또 신설증권사들도 6.66%로 지난 해보다 2.7%포인트 증가했다. 그만큼 기존 증권사의 포션이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격화되는 경쟁과는 반대로 나눠먹을 수 있는 전체 시장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증시가 악화되면서 연초 한때 12조4600억원을 넘었지만 연말에는 절반 수준인 6조5400억원대까지 급감했다. 또 사이버거래 비중도 연초 50% 대에서 70% 대까지 늘어났다. 5대 증권사만 해도 한해 동안 사이버로 거래된 대금이 1200조원을 돌파했다.
◇부담키우는 비영업손실= 그러나 올해 증권사들에게 더 큰 부담은 영업외적인 부분에서 터져 나왔다. 뒤늦게 해결을 본 대우 담보CP를 비롯해 후순위채권에 대한 시가평가적용 손실, 시장조성에 따른 평가손실 등은 증권사 이익을 줄어들게 했다.
대우 담보CP 매각손실과 후순위채권 시가평가 적용손실을 가뜩이나 침체된 증권사 실적에 큰 압박감을 줬다. 증권사들은 2조3000억원 어치의 대우 담보CP를 자산관리공사에 양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4531억원의 매각손실 일부를 떠안았는데 이 규모가 2880억원에 이른다.
또 후순위채권의 시가평가제가 전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총 7조1000억원대의 후순위채권 중 4%대 손실률을 반영할 경우 2800억원 정도의 손실을 증권사가 투신사와 함께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약세로 IPO과정에서 주간사를 맡았다가 시장조성으로 손실을 떠안는 경우도 줄을 이었다. 거래소에서는 가스공사 주간사였던 대신과 한화증권이 대규모 평가손으로 결국 상반기 적자라는 오명을 썼다.
또한 코스닥증권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코스닥 등록기업의 시장조성을 위해 모두 1723억원을 투입해 평가손이 누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SK증권 한 증권사만으로도 총 3개사에 336억원을 시장조성용을 쏟아부었다.
◇증권사 실적 어땠나= 아직 공식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대형 증권사를 포함한 상당수 증권사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상반기에 국내 증권사들은 증시 침체로 경쟁 심화로 세전이익이 3654억원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3조8247억원에 비하면 91% 이상 급감한 수준. 특히 현대와 동원 한화증권 등 소위 "대형" 증권사들이 적자를 보였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해줬다.
또 지난 10월에는 현대와 삼성증권을 제외한 대형 7개 증권사가 모조리 월간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까지 순이익규모가 가장 많았던 대우증권도 증안기금 평가손실과 정기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총 16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대우와 굿모닝증권의 도약이 두드러진다. 대우증권은 산업은행에 넘어간 뒤 안정적인 영업과 사이버부문의 강세 등으로 단숨에 톱 클래스에 재진입했고 굿모닝증권도 외국계 증권사라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영업 성과를 거뒀다.
증권사별 상반기 순이익을 보면 대우증권이 1280억원의 순이익을 보여 1위를 기록했고 삼성(1267억원), 굿모닝(771억원), 대신(681억원), LG투자(293억원)증권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신설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269억원 순익을 낸 반면 리딩, KIDB 겟모어 키움닷컴증권 등 나머지는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연간 손익으로는 삼성 대신 대우 굿모닝 하나 한빛 LG투자증권 순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엔 어떤 모습일까= 이처럼 침체된 시장속에서 올해 "된서리"를 맞은 증권사들은 내년 다시 변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익원 다변화라는 내부적인 탈바꿈은 물론이고 지주회사 편입이나 M&A 등 외형적인 변화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전망이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지속적인 사이버와 리서치 부문에 대한 투자와 함께 신상품 개발 등에 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포털사이트와 기존 HTS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신규 개발되는 동시에 내년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대체거래시장(ATS,ECN)을 위한 준비 등이 핵심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삼성과 LG투자, 대신증권 등이 기본적인 밑그림을 그려놓고 있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또 법 개정을 마치면 내년중에 본격적으로 판매될 랩어카운트(wrap account)상품도 신규 수익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상품 판매와 상담, 운용을 위한 자산운용전문가와 기본적인 자산배분시스템 등을 준비해왔다. 대우와 삼성, LG투자증권 등 대형사는 물론 굿모닝, SK, 동양, 신영증권 등 중소형사들도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조직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이달 중순 한국투신증권이 직원 150~200명을 줄이고 불필요한 지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또 산업은행에 편입된 대우증권도 명예퇴직 등의 형태로 몸집 줄이기를 계속했다. 이밖에도 LG투자증권이 본사를 처분하고 여의도 LG그룹 본사로 들어가기로 했고 일부 증권사에서는 임금수준 현실화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내부적인 투자와 함께 외형적인 변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제한된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현재 40개 이상의 증권사가 너무 많아 조만간 자발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얘기는 이젠 식상할 정도"라며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최근 M&A시장에 상위 10위권내에 있는 몇몇 증권사까지도 매물로 나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특히 은행권 합병과 지주회사 설립 등 제1금융권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증권사의 지주회사 편입이나 증권사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중소형사는 전문화와 특화 등으로 생존을 모색할 전망이다.
결국 "내년에는 증권산업 내외적인 환경으로 인해 증권업계 스스로가 "자기변신"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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