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은 저장성 닝보·저우산항을 출발한 선박이 북극항로를 이용해 영국 펠릭스토우까지 단 20일 만에 도착했다는 뉴스를 발표했다. 40일 가까이 걸리는 수에즈 운하 항로보다 20일이나 짧아졌다. 북극항로의 경제적 효과는 수에즈 운하 개통에 견줄 만하다. 더욱이 최근 예멘의 후티 반군 공격으로 수에즈 항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해적이나 테러 위험이 적은 북극항로는 안전한 대체 항로로서 그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북극항로는 항로 단축, 연료비 절감, 위험 지역 우회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이 항로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해 연안 항로 개발을 서두르고 중국은 이를 ‘빙상 실크로드’라고 부르며 유럽 진출의 새로운 통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북극항로의 핵심 수혜국으로 손꼽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북극항로가 본격화하면 국내 경제성장률이 1%p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조선·해운·물류·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특히 부산항은 북극항로 시대의 핵심 허브로 도약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간 북극은 오랫동안 얼음으로 덮여 있어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줄어들면서 선박이 지나갈 수 있는 뱃길이 생겨났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할수록 더 많은 얼음이 녹고 이 항로의 활용도는 더 증가할 것이다. 북극항로는 단지 빠른 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에즈 운하가 ‘인간의 의지’로 만든 길이라면 북극항로는 ‘지구의 희생’을 대가로 열린 길이기 때문이다. 북극항로는 인류에게 분명 선물이지만 마냥 반가워할 수는 없다.
북극항로가 열렸다는 사실은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인류가 불러온 환경 위기가 역설적으로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열어준 셈이다. 누군가는 이를 ‘경제의 기회’로 보지만 지구 입장에서 보면 ‘경고의 신호’일 수도 있다. 북극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져 항로 이용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역설적으로 전 지구적 재앙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지금 북극에 열리는 길은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가 걸린 ‘갈림길’이다. 이 길을 통해 물류를 효율화하면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책임 있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고 지름길보다 지속 가능한 길이 더 절실하다. 우리는 북극항로를 이용하며 얻는 단기적 이익에만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 이 길이 열림으로써 확인된 지구 온난화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 북극항로 시대는 경제적 기회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과 해양 안보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기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역설적인 항로를 통해 물류비 절감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북극항로가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때다.
|




![“쓸어담는 수준” 연말 다이소 명동…외국인 쇼핑 러시 ‘들썩'[르포]](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5/12/PS25120800068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