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김정남의 월가브리핑]금리 인상 나선 신흥국들…인플레 먼 얘기 아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정남 기자I 2021.03.22 08:12:36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파월 연준 의장의 당황스러운 정책 기조
미국은 당분간 인플레 용인하겠다지만…
러시아, 터키, 브라질은 이미 금리 인상
코로나發 각자도생…시장예측 더 어려워
인플레 먼 얘기 아냐…투자자 대비할 때
파월, 주초 3거래일간 등판…발언 주목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그야말로 ‘파월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월가브리핑>에서 더 다양한 얘기를 전하고 싶은데, 지금 월가를 뒤덮은 키워드는 연방준비제도(Fed) 외에 딱히 떠오르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연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쫓게 됐네요.

당황스러운 연준의 정책 기조

지난 <월가브리핑>에서 소개했던 내용은 조금만 더 요약해보겠습니다. 중장기 시계로 하는 통화정책은 재정정책과 달라서, 원래 다소 애매모호합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선은 있게 마련입니다. 기자는 지금껏 세계 각국의 수많은 통화정책회의를 지켜봤는데요. 이번달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알쏭달쏭함으로 치면 ‘역대급’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FOMC 회의가 끝난 오후 2시 성명서가 나온 이후부터 1시간30분 내내 그랬습니다.

FOMC가 끝나고 며칠간 이를 곱씹어 보니,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건 ‘추후 전망이 아니라 실제 수치를 보고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떠받들며 신봉했던 각국 중앙은행 인사들이 깜짝 놀랐을 겁니다.

연준이 공개한 올해 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4%입니다. 내년과 내후년의 경우 각각 2.0%, 2.1%입니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6.5%, 3.3%였습니다. 이 정도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고민조차 없었을 겁니다. 최소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신호는 줬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미 미국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BEI·Breakeven Inflation Rate)은 현재 2.31%까지 치솟았습니다.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태연하게도 돈을 계속 풀겠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지요.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해줄 테니 못 미덥겠지만 나를 따라오라’는 투였지요. 어차피 달러화만 찍어내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미국이니까 저런 자신감이 나오나 하는 생각을 기자는 했습니다.

금리 인상 나선 주요 신흥국들

인플레이션 공포는 현실로 다가와 있습니다. 러시아(4.25%→4.50%), 터키(17.00%→19.00%), 브라질(2.00%→2.75%) 등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경제가 너무 뜨거워서 그런 게 아닙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는 겁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는 건 곧 자국 화폐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겁니다. 화폐가치 유지가 존재이유인 중앙은행이 이걸 방치하는 건 직무유기입니다. 미국만 뺀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은 이미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빼기 시작했지요. 미국만 달러화 가치 좀 떨어져도 문제 없다고 하고 있는 겁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또 있습니다. 바로 파월 의장이 강조한 평균물가목표제(AIT)입니다. 평균을 내려면 그 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건 상식이겠지요. 그런데 파월 의장은 그걸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확 튀어도 당분간 용인하겠다는데, 이를 예측할 수가 없는 겁니다. ‘연준에 맞서려 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게 요즘 파월 의장입니다.

투자자들, 특히 채권 투자자들이 속이 타들어 가는 건 당연할 겁니다. 인플레이션 국면이 뻔히 보이는데(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 손실이 뻔히 보이는데), 연준까지 손을 놔버렸으니 말입니다. 지난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754%까지 치솟았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설마 1.7%까지 가겠어’ 라는 심리가 시장에 있었는데요. 금방 뚫어버렸습니다. 이대로 라면 2.0%도 시간문제 같습니다. 장기국채금리 급등을 어떻게 할 거냐는 시장의 물음에 연준은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배당수익률이 지난달 말 기준 1.53%입니다. 새로 돈을 태우려는 투자자들이 주식이 아닌 국채를 선택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 과정에서 단기 변동성은 엄청날 겁니다. 금융 안정을 위해 태어난 연준이 금융 불안을 야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6~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


시장과 연준 생각 너무 벌어졌다

연준이 최근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 완화 조치를 1년 더 연장하지 않고 그대로 종료한 것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중대한 논쟁거리는 아닌 것 같은데, 연준과 시장 사이의 입장차가 커져 버렸다는 방증으로 부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LR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총자산이 2500억달러(약 282조5000억원) 이상의 미국 대형은행에 적용된 규제입니다. 은행들은 자산이 늘어난 만큼 추가로 자기자본을 쌓아야 하는데, 특히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초대형은행들은 5%를 자기자본으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시중 대출이 급격히 줄자, 연준은 SLR 규제를 풀었습니다. 총자산에서 국채와 지급준비금을 제외해주는 식으로 말이지요. 시중 대출을 줄이지 말아 달라는 연준의 의도가 있는 조치입니다.

이번달 말 SLR 규제 완화 종료를 앞두고 월가의 대체적인 전망은 ‘연장’이었습니다. 규제 완화를 적용 받았던 대상은 미국 내 12개 금융사였는데요. 만약에 연장하지 않을 경우 이들이 새로운 SLR 기준을 맞추기 위해 국채를 팔아치울 수 있다는 공포가 꽤 있었습니다. 12개 금융사 모두 자본금이 탄탄하고 몸집이 큰 데도 시장이 이런 우려를 했던 건 국채시장이 불안감이 너무 컸던 탓입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연준은 SLR 면제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건데요. 록펠러 글로벌 페밀리 오피스의 지미 창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SLR 완화를 연장하지 않은 점은 실망스럽다”고 했고요. AXS 인베스트먼트의 그렉 바숙 대표는 “(발표 당일) 은행주의 하락은 연준 발표에 따른 시장의 분명한 반응”이라고 했습니다. SLR 규제가 다시 생기면 금융권의 국채 매도로 인해 금리가 더 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매우 소수이기는 하지만, 월가 일부에서는 “연장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 역시 있었습니다. SLR 규제를 풀어 준 건 ‘은행은 대출 멈추지 말고 계속 해달라’는 연준의 신호였습니다. 코로나19 초창기만 해도 실물경제 침체가 너무 심했으니까요. 다만 미국은 통화에 이어 재정까지 더해 돈이 엄청나게 풀린 상황입니다. 1인당 1400달러의 현금을 직접 꽂아줄 정도로 정부는 돈을 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SLR 면제 같은 한시 예외 조치는 털고 가는 게 맞다는 의견이 더러 있었던 것이지요. 실제 연준의 발표 당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확 튀지는 않았습니다.

기자는 오히려 다른 점에 주목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재료에도 월가는 들썩들썩 했던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특정 정책을 지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문제를 넘어서, 시장의 내성이 약해진 게 분명해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긴축의 전조’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걱정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 데도, 서로 믿지를 못하는 겁니다.

최근 1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사진=CNBC 제공)


정책 각자도생…시장 예측 어렵다

이 정도까지 오면 허무하게도 이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인플레이션 공포는 투자자 각자 알아서 대비해야 한다.” 앞서 러시아, 터키, 브라질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고 말씀 드렸지요.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긴축으로 조금씩 방향을 틀어야 하는 상황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습니다.

이번 실물경제 침체는 ‘몹쓸’ 역병 때문에 터졌고요. 코로나19 대처에 따라 각 나라별 실물경제 상황이 다릅니다. 2008년 당시처럼 금융 쪽에서 사고가 나서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한 그런 시점이 아닙니다. 돈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풀었다는 정도만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게 지금 인플레이션으로 오고 있는 것이고요. 통화정책의 ‘각자도생’ 시대가 열린 겁니다. 사실 그래서 시장 예측이 더 어려운 것이고요. 파월 의장이 알아서 다 막아줄 것이라고 손을 놓으면 큰 코 다칠 수 있는 시점이라고 기자는 봅니다. 어느 때보다 귀를 쫑긋 세우고 투자 환경 전반을 둘러볼 때입니다.

파월, 이번주 초 3거래일간 등판

이번주는 파월 의장이 여러차례 등판합니다. 오는 22일 국제결제은행(BIS) 서밋에서 토론하고요. 23일에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함께 하원에서 증언합니다. 24일에는 상원에 출석합니다. 주초 3거래일간 모두 모습을 드러내는 겁니다.

파월 의장이 금방 지난주 발언을 주워담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지난주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파월 의장이 국채금리 상승세를 진정 시켜줄 것이라는 건 너무 큰 기대라는 것이지요. 지금 상승 속도로 볼 때 10년물 기준으로 금리는 1.8~1.9%대로 얼마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어 보입니다. 당연히 국채시장을 비롯해 주식시장 등의 변동성은 커질 겁니다. 파월 의장 외에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다른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쏟아집니다.

시장의 10년 후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미국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BEI·Breakeven Inflation Rate)의 최근 10년 추이. (출처=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제공)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