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대급’이라며 지난 4일 내놓은 25번째 부동산 대책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에 대해 불과 4일만에 국민의 절반 이상이 집값 안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YTN과 리얼미터의 이번 조사에서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3.1%에 달한 반면 “도움될 것”이라는 응답은 41.7%에 그쳤다. 시장이 곧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던 정부의 기대와 정반대로 간 조사결과다. 서울 32만3000 가구를 포함, 전국에 83만6000가구의 집을 2025년까지 공급하겠다는게 핵심이지만 대책의 허점과 부작용이 속속 드러난 탓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공급 목표를 보면 획기적인게 맞지만 공기업이 민간주택 사업권을 조합원들로부터 넘겨 받아 시행하는 공공개발의 확대에 민간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우선 의문이다.사업 예정지인 재개발·재건축 등이 대부분 개인 땅이어서 땅주인들이 응하지 않을 경우 83만가구 공급은 ‘숫자 놀음’으로 끝날 수 있다. 용지 확보까지 최대 4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분양과 입주는 언제 가능할지 가늠조차 어렵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대상지는 아직 한 곳도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지역에 주택을 살 경우 분양 자격 대신 감정평가 가격으로 현금 청산만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시장에서는 사려던 사람도, 팔려던 사람도 거래를 멈춘 ‘거래 절벽’이 속출하고 있다. 재산권 행사가 묶여버리는 바람에 애먼 피해를 입게된 소유주들로부터 줄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신규택지에 26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방안 또한 토지주들이 ‘헐값 강제수용에 응할 수 없다“며 공동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난항이 불가피하다.
대책이 환영받지 못한 이유를 정부는 면밀히 짚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번듯한 포장과 거창한 숫자를 앞세웠다 해도 시장과 민심은 정부 정책의 이해득실을 먼저 따지고 기민하게 반응한다. 공공의 힘을 동원한 주거 문제 해결이 빠르고 쉬운 것 같아도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방식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시간 낭비만 부추길 수 있음을 조사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