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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조8000억 배민·요기요 M&A 마지막 관문 넘었다…공정위 조건부 승인키로

김상윤 기자I 2020.11.10 07:00:00

배민·요기요·배달통 점유율 90.8%…명백한 독과점 사업자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장으로 배달앱 시장 출혈경쟁 격화
라이더 정보 등 빅데이터 독점도 검토…“합리적 조건에 공급” 강제할 듯

[이데일리 김상윤 한광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M&A)에 대해 수수료 인상률 제한 등 조건부 승인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합사의 독과점으로 인해 배달앱 시장의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지만,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진입이 일부 이뤄지고 있어 M&A를 불허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9일 공정위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검찰 격)는 이번주 말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와 ‘배달통’ 운영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간의 M&A와 관련해 조건부 승인을 골자로 한 심사보고서(공소장 격)를 발송할 예정이다.

◇배민·요기요·배달통 M&A시 점유율 90.8%…명백한 독과점 사업자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에 한정해 M&A 이후 시장 경쟁 제한 여부를 따졌다. 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월간 실사용자) 배달앱 업체 점유율은 배달의 민족 59.7%, 요기요 30.0%, 배달통은 1.2%이다. 결합사의 합산 점유율은 90.8%로, 명백한 독과점 사업자다. DH측과 우아한 형제는 기업결함 심사를 신청하면서 배달앱 뿐만 아니라 전화주문 시장도 포함하면 독과점 사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배달앱과 전화주문은 이용자가 겹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결합사의 시장점유율의 합이 75%이상이고, 2위사업자와 점유율 차이가 25%가 되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본다. 결합사가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협조해 담합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는 독과점 남용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단기 가격인상압력(UPP) 분석 결과 ‘양수’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M&A 이후 결합사가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을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UPP 값이 양수이면 가격인상 가능성이 있고, 음수이면 가격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시장 점유율이 90%가 넘고, 단기간내에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면 M&A를 불허하는 게 일반적이다.

배달앱 시장점유율(%) 변화 추이 (자료: 코리아클릭, 월간 실사용자 기준)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장으로 배달앱 시장 출혈경쟁 격화

그럼에도 공정위는 새로운 사업자들이 속속 배달앱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가격인상 효과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M&A 한 후 가격인상에 나서더라도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하면서 바로 억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신규진입 문턱이 낮은지 높은지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없다. 다만 △새로운 사업자가 1~2년내 시장에 진입해 생산·판매하는 경우(timeliness) △신규진입자가 이윤을 얻고, 실제 M&A 전 가격을 받을 수 있고(likeliness) △진입으로 인해 시장가격이 M&A 전 가격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규모(sufficiency)라면 시장진입 장벽이 낮다고 판단한다.

공정위는 쿠팡이츠, 위메프오의 최근 시장진입 상황을 고려하면 배민과 요기요 두 회사가 M&A 한 후에도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가격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쿠팡이츠와 위메프오의 시장 점유율을 각각 6.8% 2.3%다.

쿠팡이츠는 사업초기부터 출혈을 감수하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서울 전 지역 배달이 가능해졌고, 최근에는 경기도 성남과 용인까지 영역을 넓혔다. 조만간 세종, 부산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위메프오 역시 중개수수료를 동결하고 광고와 입점비용을 받지 않는 출혈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는 중이다.

쿠팡이츠의 경우 지난해 9월 이용자가 34만1618명에서 올해 9월에는 150만722명으로 1년새 339.3%나 증가했다. 위메프오도 같은 기간 월 이용자가 8만3176명에서 50만4711명으로 506.8% 늘었다.

공정위는 쿠팡이츠와 위메프오의 시장점유율이 여전히 낮긴 하지만 이같은 배달앱 시장의 빠른 변화를 감안할 때 시장진입 장벽이 중장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셈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M&A를 승인하는 대신 △3~5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초과한 수수료 단가 인상 금지 △음식업체, 배달라이더에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등 일부 조건을 부과하는 안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라이더 정보 등 빅데이터 독점도 검토…“합리적 조건에 공급”

한편 공정위는 이번 M&A 심사에서 두 회사의 정보독점 여부를 처음으로 검토했다. 배민, 요기요, 배달통이 음식점, 라이더, 소비자의 정보를 독점할 경우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음식점이 단 한 곳의 배달앱과 거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배달앱도 함께 거래를 하는 점을 고려해 빅데이터 독점 가능성은 완화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로운 사업자가 배달앱 관련 빅데이터를 요구할 경우 공정하고 합리적, 비차별적인 공급협상을 하는 조건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서는 배민이 요기요 소비자의 정보를 원할 때는 소비자에게 개별로 물어서 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방안을 넣을지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회(법원격)는 이르면 12월9일께 위원9명이 심의하는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조건 여부 등을 따져 결론을 낼 예정이다. DH와 우아한형제측은 조건 없는 M&A 승인을 요구하고 있어 막판까지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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